[글로벌 포커스-최종철] 미국의 리더십 부활하려면

입력 2011-03-08 17:43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운명이 풍전등화다. 튀니지를 덮친 재스민 향기가 아랍 전역에 민주화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민주주의 선도 국가들을 포함한 세계는 재스민 향기로 시작된 민주화 열기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부패와 가난 그리고 분열을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 질서가 수립되는 거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주의 확산은 역사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도시국가 시대에 이미 입증되었다. 아테네의 민주체제가 압도적 군사력을 보유했던 군사강국 스파르타를 이긴 역사가 소련제국의 해체와 함께 불었던 동유럽의 민주주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슬림의 후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정보화뿐 아니라 국민을 잘살게 만들고 있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민주체제 역시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민의 민주주의 의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한 차례 민주주의 승리의 역사가 쓰이려 하고 있다.

국익 위한 민주주의 희생 안돼

역사상 자유 민주주의가 쉽게 싹을 틔우지는 못했다.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이집트나 튀니지에서도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갈망하지만 또 다른 형태의 독재나 이슬람 근본주의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정은 불안하고 시민의 민주의식은 매우 낮으며 종파 간 분열은 쉽게 봉합되지 않고 내전으로 발화될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어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역시 좌절을 겪고 시련을 경험하면서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낙관적으로 보면 터키처럼 정치와 종교가 엄격히 분리되는 헌법을 제정하게 되는 세속주의가 한 모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온전한 민주화는 간단하게 단기간에 이루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반 중남미 지역에서는 일부 국가의 군부가 스스로 정권을 내놓은 사례가 있기는 했다.

이처럼 군사권위주의 체제가 민주체제로 전환되는 바람은 다른 지역으로 불기 시작했으며, 이는 전염병이 옮는 것과 같이 86년 필리핀의 황색혁명, 87년 한국의 민주화, 89년 중국의 천안문 사태 등을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민주화 의식의 ‘전염’ 현상이 일어난다면 튀니지의 재스민 향기는 인류 역사 발전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가 결실을 맺게 되는 결정적인 힘은 앞서 경험한 선도 민주국가들의 노력과 역할이다. 그들은 미국과 유럽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현대사에서 유럽 외의 지역 국가들이 민주화 발전을 이루는 데 가장 기여한 국가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2차 대전 승리 후 신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때로 국익을 위해 (중국 이란 등에서) 민주주의를 희생시키기도 했으나 “민주주의가 세계를 안전하게 한다(Democracy makes the world safe)”는 철학을 세계 지도 이념으로 삼았었다.

아랍 민주화 확산에 기여해야

미국의 민주주의 지도 이념은 군사적으로는 나토와 미·일 동맹 등 집단 혹은 쌍무 동맹 네트워크, 정치적으로는 유엔, 경제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과 함께 세계 패권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핵심 수단이 된 것이다. 최근 미국은 금융위기 초래 등에 따른 경제적 쇠락, 정치적 다극화 현상 그리고 느슨해지는 동맹관계 등으로 세계 지도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이 리비아의 민주화 열기를 민주체제로 안착시킨 후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 지역을 민주질서로 안정화시킨다면 세계적 리더십을 부활시킬 결정적 전기를 잡게 될 것이다.

최종철 국방대 교수 군사전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