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가족을 인질로 귀순자 협박하겠다니

입력 2011-03-08 17:45

북한이 지난달 5일 표류 중 남하한 북한 주민 31명 중 4명의 귀순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가족 대면’을 요구했다. 가족들과 직접 대면을 통해 귀순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례 없는 북한의 이런 요구에 깔린 저의는 명백하다.

우선 남측이 응할 경우 가족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 모른다는 점을 귀순 희망자들에게 암묵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이들을 협박하기 위한 것이다. 또 가족 대면을 거부할 경우 외부세계에 남측이 ‘가족간 생이별을 강요한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도 뻔히 보인다. 억압과 궁핍에서 벗어나려는 귀순 희망자들의 최대 약점이랄 수 있는 가족을 이용해 협박하고, 정치적 선전 공세를 펴려는 북한의 술책은 한마디로 사악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4명의 자발적 귀순 의사는 제3자인 유엔사 중립국감독위원회도 확인하고 6일 북한에 통보했다. 그러자 북한은 “비인도주의적 범죄행위를 비호 두둔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다시 ‘인도주의’를 들고 나왔지만 정작 비인도적인 것은 북한이다. 돌아가겠다고 밝힌 27명을 남측이 데려가라고 했음에도 이들은 본 척도 않고 ‘전원 송환’만 되뇌고 있는 게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다 아니면 모두 안 받겠다는 태도는 인도주의는커녕 사람, 그것도 자국민을 오직 정치적 이용물로만 본다는 뜻이다.

정부는 그런 북한의 요구에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적으로 옳은 판단이다. 국제적으로도 그 같은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가족 대면은 고뇌 끝에 결단을 내렸을 귀순 희망자들을 더 큰 정신적 고통으로 몰아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북한의 트집을 차단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중립국감독위의 예에 비추어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국제적십자사나 유엔난민기구(UNHCR)처럼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에 의한 의사 확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북한이 보복차원에서 2009년 발생한 ‘개성공단 근로자 불법억류사건’의 재판(再版)을 획책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