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어렵사리 새 가정 꾸린 이 땅의 아담과 이브들 경험자가 들려주는 행복한 재혼

입력 2011-03-08 18:00


재혼코칭/김번영/대한기독교서회

재혼가정엔 실체가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따라다니며 힘을 발휘하는 ‘유령가족’이 존재한다. 유령가족이란 헤어진 가족들이지만 아직도 심적 연결고리로 묶여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많은 재혼가정들이 이전 가정에서 이루고 싶었던 것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금 해보고 싶어 하고, 이전 배우자에 대한 불유쾌한 감정까지 더해서 지금의 배우자를 판단하기도 한다. 또 이전 결혼생활에서 받았던 상처를 현재 배우자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재혼가정은 초혼가정보다 몇 배의 어려움 속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야 한다.

이야기치료 전문가인 저자가 300여명에 이르는 재혼가정 구성원들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재혼가정의 근본적 문제의 핵심(경제, 자녀, 가족구성원의 역할)을 이야기치료 방식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초혼이든 재혼이든 부부의 삶과 가족의 생활에는 무엇이 맞고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책에 소개된 실천적 지혜들은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가정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파랑새를 만나는 방법과 노하우를 키워가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각자 가족 구성원의 특성에 맞도록 ‘맞춤형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재혼부부의 정체성 문제, 자녀 문제, 경제 문제 등을 다루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는 것이 치유의 시작임을 알린다. “과거의 상처가 나를 괴롭히는 것은 과거를 살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에 과거의 것을 내가 상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처가 되는 것입니다. 상처를 자꾸 싸매려고만 해서는 안 되고 드러내야 합니다.”

저자는 재혼가정을 이루는 데 필요한 첫 단추는 ‘알아가기 과정’이라고 말한다. “알아가기 과정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가정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일단 자신의 가정 형태에 대해 당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좁게는 일가친척들에게 자신들의 새로운 가족을 당당하게 소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확인받아야 합니다.”

또 저자는 가족구성원 간의 사랑을 키우는 방법으로 뱅크(bank)제와 단어 맵핑(mapping)을 제시했다. 뱅크제는 자신이 꼭 필요한 것 하나를 요구하려면 평소에 배우자에게 네 가지 정도는 채워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단어 맵핑은 상대의 특성에 맞는 사랑의 언어를 만드는 것이다.

또 저자는 “난 이 집에 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소연하는 재혼가정이 많다며 가족구성원 내의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선택하고 자신에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가치란 부여되는 것이지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하면 나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저자는 ‘재혼 갈등의 주범이 아이들이다’란 오해를 버리라고 말한다. 재혼가정 아이들의 문제는 초혼가정의 아이들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단 재혼은 새로운 문화이고 새로운 사람들과 시작한 공동체이므로 역할은 새로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가족의 중심축이 현재 부모에게 있음을 인식시켜주어야 합니다. 또 친부모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환상도 버려야 합니다. 호칭 문제는 강요하지 말고 기다려주어야 하고 아이들 문제는 아이들 문제대로, 전 가족과의 심리적 문제는 그 문제대로 분리해 생각할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책은 오해와 편견을 벗고 재혼가정의 새로운 길을 여는 지혜를 담고 있다. 성경에서 이혼과 재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자신들만의 맞춤형 가정으로 탄생하기 위해 어떤 상처를 뛰어넘어야 하는지, 사랑은 진정 결혼의 필수조건인지 등 재혼가정이 갈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로 인도한다. 또 재혼가정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활동을 소개한다.

최근 통계청의 혼인 통계에 따르면 남녀 모두 초혼인 비율은 1990년 전체 결혼 중 89.3%에서 2009년 76.5%로 낮아진 반면 남녀 모두 재혼인 비율은 4.7%에서 12.8%로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같은 기간 남성의 재혼 비율은 8.4%에서 17.4%로 늘어났고, 여성의 재혼 건수는 7.1%에서 19%로 증가했다. 한국사회에서 재혼가정은 늘고 있지만 교회 내의 재혼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직 조심스럽기만 하다. 교회의 재혼가정에 대한 신학적·정서적·상담적 돌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