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영 CCC 영남대 담당 간사 “헌신 사라지는 캠퍼스, 복음장벽 높아져”
입력 2011-03-08 18:08
“대학 캠퍼스 전도의 가장 큰 적이 뭔지 아세요? 바로 이어폰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학생에게 말을 걸면 귀찮다는 듯이 이어폰을 뺐다가 다시 낍니다. 괜히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말라는 거죠.”
취업 중심의 대학 분위기, 자기주장이 강한 세대, 축복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욕설로 답장하는 청년들…. 30대 청년사역자가 토로한 대학선교의 현실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정규영(30·사진) 한국대학생선교회 영남대 담당간사는 대학 캠퍼스가 한국교회의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라리 대형교회 출신들이 훨씬 낫습니다. 농어촌교회나 미자립교회 출신 대학생은 양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데다 공동체를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신앙생활의 성장배경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정 간사는 청년들의 인식 속에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11학번(2011년 입학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1700장의 설문지를 돌렸는데 크리스천이 185명으로 나왔습니다. 문제는 그 숫자 안에서도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나 구세주로 인식하지 않고 상당수가 사회혁명가나 기독교의 상징적 인물로 인식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매년 설문지를 받으면서 드는 생각은 교회에 대한 부정적 답변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정 간사는 현장의 청년사역자로서 1990년대에 태어난 대학생들을 접하면서 ‘희생이 없는 세대’라는 점을 가장 피부로 느낀다고 밝혔다. “과거엔 여름수련회나 단기선교 경비가 모자라는 친구나 후배를 돕기 위해 막노동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근데 요즘은 고학년 리더가 후배들에게 ‘돈 없으면 가지 말라’고 해요. 그만큼 섬김과 헌신이 안 되는 거죠.”
정 간사는 2004년 한국대학생선교회 여름수련회에서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강력한 성령의 임재를 체험했다. 인생에서 AD와 BC가 갈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전도에 미쳐 수업시간을 제외하고는 4영리를 들고 다니며 수백명의 학생을 만났다. 2007년엔 캠퍼스 전도를 위해 간사에 지원했다.
아내와 16개월 된 아기, 19주된 태아를 거느리고 있는 정 간사가 수십만원의 생활비로 학생들을 훈련시켜 교회로 보내는 ‘나룻배’ 같은 사역을 하는 이유는 뭘까.
“분명 이 중에서 한국교회를 책임질 지도자가 나올 것입니다. 말씀으로 삶이 변화되는 아이들이 분명 있거든요. 거기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15세에서 24세까지 청소년·청년층이 교회에서 급격하게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교회는 해외 선교에 치중하고 있어요. 넓은 안목에서 한국교회가 청년 사역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국교회 지도자는 바로 이 공간에서 훈련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대구=글·사진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