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자전거 행진’ 마친 문종성씨…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15개월 사랑의 페달

입력 2011-03-08 18:08


취업, 결혼, 주택마련은 생각지도 않고 자전거로 아프리카를 누비며 모기장을 공급한 청년이 있다. 문종성(30·광주 지산장로교회 출석)씨의 이야기다.

“보츠와나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모잠비크 탄자니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14개국을 다니며 한국 선교사님들이 정말 현지인들의 삶 속에 들어가 겸손하면서도 인격적으로 헌신하신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슬람교와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더라고요. 특히 이슬람의 물량공세가 대단했습니다.”

문씨가 2009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자전거로 남아공에서 이집트까지 ‘고난의 행군’을 한 것은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빈민 때문이었다. “빈민촌과 오지마다 구토와 설사, 오한, 불면 등으로 큰 고통을 주는 말라리아 문제가 꽤 심각했어요. 사람들이 병원마다 진을 치고 있더라고요. 저도 지난해 6월 말라위에서 말라리아에 걸렸는데 선교사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겁니다. 하루 5달러로 두 끼를 먹으며 주력한 것은 모기장을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3∼4인용 모기장 3000개는 공급한 것 같습니다. 잠은 경찰서, 가정집, 교회, 모스크 등지에서 무료로 잤죠.”

때론 목숨을 걸고 아프리카의 사막과 자갈길, 험난한 산길을 넘은 이유는 간단했다. “부자로 살아가겠다는 생각보단 아름다운 인생을 찾고 그걸 나누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다. 전남대 국문학과 99학번인 그의 ‘방랑기’는 2007년부터 시작됐다. 미국을 시작으로 남미까지 자전거로 횡단했다. 강도를 만나 죽을 뻔한 경험도 했다. 주변에선 그의 뜻에 동감한 지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보탰다.

원래 3년을 계획했던 아프리카 일정이 1년3개월 만에 중단된 것은 이집트의 시민 혁명 때문이다. “이집트의 상황이 굉장히 위험스러웠어요. 하는 수 없이 집에 비행기표를 부탁해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다음엔 서부 아프리카에서 동부로 횡단할 생각입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 이상은 못해요. ”

문씨는 현재 청년들에게 세계관 강의를 하고 있다. “기독 청년들이 너무 자신의 출세만을 위한 일에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에너지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도 충분히 할 수 있거든요. 아직도 아프리카엔 거스름돈도 계산하지 못해 쩔쩔매는 사람들이 많고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조차 지키지 못하고 쓰러져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물질로 지원하거나 잠깐이라도 돌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비전, 사명, 달란트를 갖고 에베소서 5장 10절 말씀처럼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가 시험해’ 보세요.”

지난해 내놓은 저서 ‘자전거를 타고 쿠바 여행’(가이드포스트)의 판매 수익금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모기장 보급 사업에 쓸 예정이라고 한다(vision-trip.net).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