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권익위원장의 ‘조용한 부친상’… 美 출장중 연락받고도 일정 마무리
입력 2011-03-07 21:56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친상을 당하고도 해외 출장 일정을 모두 소화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 위원장은 귀국 이후에도 권익위 직원 등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고 상을 치러 공직자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부터 홍콩과 미국을 방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을 만나 한국 반부패정책을 알리고 국제 공조를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방미 중인 지난 4일 부친상을 당했다. 하지만 예정된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뒤 6일 귀국했다. 김 위원장은 출국 전부터 아버지가 위독한 사실을 알았지만 공적인 업무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출장을 강행했고, 부친상 소식을 들은 이후에도 동행한 직원들에게조차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정 정장을 입고 귀국한 김 위원장은 곧바로 삼성의료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그러나 이때도 공항에 마중 나온 직원들조차 김 위원장이 상을 당한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조용히 상을 치르기 위해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와 상의 끝에 장례식장 입구에 공개되는 상주 명단에서 자신과 강 변호사의 이름을 아예 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7일 오전 발인에 참석하느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는 불참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회에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보고야 직원들이 부친상에 대해 알았다”면서 “권익위 직원 아무도 장례식장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04년 3월 대전고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에도 시어머니상을 외부에 일절 ‘부고’하지 않고 조화도 받지 않았다. 강 변호사가 ‘아름다운 혼·상례를 위한 사회지도층 100인 선언’에 참여했을 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부가 상의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한국 첫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퇴임 당시 로펌들의 잇단 ‘러브콜’에도 전관예우 문화를 깨기 위해 변호사직 대신 서강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대법관 퇴임 후 로펌에 가면 1년에 10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면서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가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전관예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고위공직자가 직무 관련자로부터 3만원 이상의 화분, 선물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고위공직자 중심 반부패 청렴성 강화 추진계획’을 마련하는 등 부패 척결에 앞장서고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