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투쟁에 보내는 갈채… ‘너머서’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

입력 2011-03-07 20:10


“이기는 것이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지요. 여기까지 함께 뚜벅뚜벅 걸어온 회원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바칩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7일 열린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 제27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은 ‘너머서’의 김성희(50) 공동대표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목소리는 떨렸다.

성평등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상을 받게 된 너머서는 2002년부터 서울 YMCA의 성차별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운동을 펼쳐 왔다. 2004년 서울 YMCA 성차별철폐회원연대로 정식 출발했으나 “낡은 것 부수기를 넘어서 새것 만들기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로 2007년 이름을 바꿨다. 현재 회원은 200여명이며, 그중 40%는 남성이다.

“이 운동을 시작한 이후 ‘여성은 남성의 갈비뼈에서 나왔으니 잠잠하라’ ‘싫으면 YWCA로 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1만여개의 YMCA가 있고, 국내에도 60여개의 지회가 있으나 여성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곳은 서울 YMCA뿐이다. 서울 YMCA는 1903년 창립된 이후 단 1명의 여성이사도 없고, 2002년 당시 1200명에 이르는 총회 회원 중 여성회원은 1명도 없었다. 현장 활동을 책임지는 자원봉사자의 70% 이상이 여성으로, 1960년대부터 꾸준히 여성참정권을 요구해 왔으나 번번이 묵살당해 왔다.

“지난 1월 서울 YMCA 성차별로 인한 손배소(손해배상소송) 대법원 상고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서울 YMCA 여성회원 38명이 서울 YMCA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정권을 박탈해 온 것은 위법한 행위로 원고들이 겪었을 심리적 고통에 대해 38명의 여성회원들에게 각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서울 YMCA 이사진은 대법원 판결 후에도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24일 열린 총회에 여성회원 3명이 참석하자 “여성들이 없는 것으로 여기고 회의를 진행하자”면서 발언하는 여성회원을 끌어내기까지 했다.

“서울 YMCA는 시민사회단체로는 보기 드물게 다양한 사업을 해서 수천억원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예수님이 말씀하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주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너머서는 손해배상금으로 받은 4억원을 기금으로 서울 YMCA의 진정한 양성평등 실현을 촉구하는 활동은 물론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성차별을 없애고,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활동 등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김 대표는 밝혔다.

한편 3·8 여성의 날을 기념해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열린 이날 대회에서는 성평등 ‘디딤돌’과 ‘걸림돌’도 발표됐다. 디딤돌에는 6년의 투쟁 끝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끌어낸 금속노조 기륭분회,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세계여성들의 인권실태를 조명해온 MBC TV 시사프로그램 ‘W’가 선정됐다. 걸림돌로는 지난해 성적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국회의원,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유권자를 무지하다고 묘사한 한나라당의 ‘선거탐구생활’ 동영상, 성매매행위에 면죄부를 받고 국민을 우롱했다는 비판을 받은 ‘스폰서 검사’가 꼽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