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일하는 여성 상담전화 분석해보니… “육아휴직 냈더니 그만두래요”
입력 2011-03-07 21:23
300명 이상 제법 큰 사업장에서 경리 업무를 보던 이진숙(29·가명)씨는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두 달 정도 인수인계 기간을 줄 테니 그만둘 준비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출산휴가 기간 동안만 일할 직원을 뽑기가 힘들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었다.
당연히 육아휴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노동부에 중재를 요청하려다 말썽만 일으킨다는 주변의 평가가 두려워 포기했다. 속앓이만 하던 이씨는 결국 출산을 며칠 앞두고 5년 다녔던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모성권’을 둘러싼 직장 여성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해 여성노동상담실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상담전화 2861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모성권에 관한 상담이 957건(33.5%)으로 2009년 656건(26.4%)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반면 근로조건에 관한 상담은 1348건(47.1%)으로 2009년 1377건(55.5%)에 비해 줄었다. 평등의 전화는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을 근로조건으로 분류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모성권 상담이 증가한 것은 여전히 많은 회사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사용을 불허하며 퇴사나 권고사직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진경 사무처장은 “여전히 많은 회사가 임산부 근로자에 대해 다양한 핑계를 대며 해고하려 한다”며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노동자 대변기구가 마련되지 않아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경우 모성권 관련 상담이 2009년 99건에서 지난해 164건으로 급증했으나 상담 건수는 정규직 여성노동자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비정규직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과 같은 모성보호 제도에 대해 관심을 둘 여유조차 없는 셈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은 “산전휴가나 육아휴직과 관련한 법들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기간제 비정규직 여성에게 모성보호제도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