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10곳 중 1곳 부실… 홍성 한 농장서 9차례 발생
입력 2011-03-07 18:37
8일로 구제역 100일을 맞는 가운데 구제역 공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백신 접종을 마쳤으나 한 농가에서 무려 9차례 구제역이 재발했는가 하면 농가들이 감염 증세를 발견하고도 신고를 꺼리는 등 방역 기피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백신 놓았는데도 구제역은 자고 나면 또 발생=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충남 홍성군 홍북면의 한 농가에서는 지난달 3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뒤 같은 달 24일까지 모두 8차례 추가발생해 이 농장에서 기르던 돼지 1만2878마리가 모두 매몰됐다. 홍성 지역에서는 이 농장 외에도 다른 농장에서도 구제역이 2∼3차례씩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백신접종을 마친 농가에 구제역 증상이 나타나면 해당 축사 내 같은 방에서 사육 중인 가축만 살처분 후 매몰하도록 방역 규정을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축산 농가들은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의 매몰이 지연되면서 다른 농가로도 구제역이 확산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왔을 때 해당 축사 내 가축을 모두 매몰했다면 인근농가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매몰 규모를 최소화한 정부의 방역 제도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사육 가축에서 구제역 감염 의심 증세를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채 덮어두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의 한 농장주는 “주위의 양돈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증세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신고 자체를 꺼린다”며 “신고해봤자 감염된 몇 마리만 매몰 처분해 보상받을 뿐이어서 ‘신고한 사람만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신뢰도 갈수록 추락=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단체는 중대본이 이날 발표한 전국 구제역 매몰지 전수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대본은 전국 매몰지 4476곳 중 매몰이 진행 중인 304곳을 제외한 417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비 및 보완이 필요한 매몰지는 전체의 9.8%인 412곳이라고 밝혔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194곳, 경북 112곳, 강원도 44곳, 충남 25곳, 충북 20곳, 경남 8곳, 인천 5곳, 전남 3곳, 전북 1곳 등이다. 이 중에 중대본이 지적한 경남 김해시 주촌면 일대 부실 매몰지는 모두 4곳이었다.
그러나 경남환경운동연합의 조사 결과는 전혀 달랐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주촌면 일대 매몰지 12곳 모두 구제역 매몰지 매뉴얼을 위반했으며, 침출수 유출 등 2차 환경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저수지나 주택 인근에 매몰지를 조성하는 등 환경부 지침을 준수한 매몰지는 단 한 곳도 없었고, 주촌면의 모든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왔다”고 지적했다.
매몰지 주변 지하수 수질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발표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워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유원일 의원은 이날 “경기도가 매몰지 주변 지하수 수질을 검사한 결과 1637곳 중 24.7%인 405곳에서 매몰지역 오염지표인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질소 등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침출수에 의한 지하수 오염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당초 상수원 보호구역 내 구제역 매몰지는 없다고 발표했으나 지난달 25일 강원도 횡성군 가축 매몰지 2곳이 상수원 보호구역 안에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황일송 기자, 홍성·김해=정재학 이영재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