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욕먹는 외교부… “인력 15명에 쥐꼬리 예산” 우리도 할말있다

입력 2011-03-07 23:35

외교통상부 자유게시판에는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외교부의 대응을 질타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번뿐 아니라 해적 피랍 사건 등 위급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외교부의 재외국민보호시스템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중동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 바람으로 앞으로 제2, 제3의 리비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재외국민보호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교부도 할 말은 많다. 현재와 같은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재외국민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본부 인원은 15명뿐인데 이집트·리비아 사태에 뉴질랜드 지진까지 겹치면서 연일 야근을 해도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외교부는 자구책으로 관련국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본부 인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재외국민보호업무에 투입하는 상시적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관련 인력과 조직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7일 리비아 사태에 대한 인도적 지원으로 50만 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교민 철수를 위한 전세기를 임차할 계약금조차 관련 예산에는 잡혀 있지 않았다. 리비아 전세기 투입이 늦어진 것도 이집트 사태 당시 전세기를 운항하면서 1억5000만원을 손해 본 대한항공의 미온적 태도도 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대한항공에 손실액을 정부가 보상하려 해도 관련 예산이 없었다”며 “결국 읍소작전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연간 1억6000만원뿐인 긴급구호자금 예산으로는 전세기 1대 임차비도 되지 않는다.

주리비아 대사관은 대부분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위성전화 조차 없어서 통신망이 두절되자 텔렉스를 임시방편으로 사용했다. 금융망 마비로 예비비가 떨어지자 리비아 내 한국 상사에서 운영 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논란이 된 전세기 항공료 개인 부담도 정부 예산만 확보되면 경제력이 없는 교민들에게는 절반 정도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재외국민보호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만이 현 재외국민보호시스템의 ‘구멍’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리비아 조기 철수를 둘러싼 국토해양부와 외교부 간 이견 등 관련 부처 간 소통 부족, 조대식 리비아 대사의 공관장 회의 참석에서 보듯 외교부의 안일한 대응 등 소프트웨어적 문제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외교부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높은 기대치만큼 외교관들의 서비스 정신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