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資法 개정안 논란] ‘오세훈법’이 뭐길래… 로비성 기부 봉쇄로 “돈줄 끊겼다” 아우성
입력 2011-03-07 21:39
국회는 기회 있을 때마다 ‘오세훈법’이라 불리는 정치자금법, 선거법, 정당법을 수술대 위에 올리려 했다. 2004년 법 개정 이후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모금이 어려워지고, 각종 게이트가 일 때마다 후원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법 재개정 시도는 정치개혁 후퇴라는 비판 여론의 벽 앞에서 번번이 무산돼 왔다.
◇도대체 오세훈 법이 뭐기에…=여야는 2004년 총선을 목전에 둔 3월 ‘돈 안 드는 정치, 투명한 정치자금 제도 정착’을 명분으로 내걸고 정자법을 비롯한 3개 법을 전격 개정했다. 당시는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때 기업으로부터 ‘차떼기’ 수법으로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은 게 문제가 되면서 음성적인 정치자금 근절에 대한 여론의 요구가 높았다.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이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고 법안 통과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오세훈법’이란 별칭이 붙게 됐다.
핵심은 기업과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당시 기업들은 합법적으로 개인 후원회에 5000만원, 중앙당 후원회에 연간 2억원 한도 내에서 기부할 수 있었으나 이를 모두 금지했다. 아울러 후원회의 모금 한도도 크게 줄여 국회의원은 1억5000만원까지만 모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대신 개인의 정치자금 기부 시 10만원의 세액 공제를 받도록 해 소액다수 후원을 유도했다.
또 정당법을 개정해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아 온 지구당을 폐지하고, 당원들의 자발적인 조직인 당원협의회를 운영토록 했다.
◇정치권, “현실과 괴리 많다”=‘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법인이나 단체가 회원 명의로 10만원씩 기부금을 쪼개서 넣는 관행이 가장 큰 논란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오세훈법은 10만원 이하 기부금에 대해서는 대가성을 따지지 않겠다며 도입한 것 아니냐” “검찰이 이런 식으로 수사하면 걸리지 않을 의원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많다.
현행법이 ‘법인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라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대체 법인이나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뜻이 무엇인지 법을 공부한 저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형법에 있어 죄형법정주의와 과잉금지원칙에 절대적으로 위배되기에 하루속히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의원은 “오세훈법이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어 헌법에 위배되는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번 정치자금법 개정은 이를 고치자는 취지였는데 여론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나라당 영남지역 의원은 “후원금 상한제를 폐지해 의원 개개인이 능력에 따라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당 폐지로 원외위원장은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고 하소연한다. 한 의원은 “오세훈법 이후 돈 없는 사람은 정치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며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