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물가대책 뒷북만… 총체적 실패

입력 2011-03-08 00:47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4%대로 치솟으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선제적 대응 기능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고물가 속에서도 여전히 금리 및 환율 등 거시정책에 거부감을 내비치고 있어 금융권으로부터 “답이 없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현재 고물가 상황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과도한 성장 집착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지난해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는 홍보에만 열중했을 뿐 물가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히려 사장됐던 금통위 열석발언권을 지난해 초 부활해 금통위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출석해 “물가도 중요하지만 금리와 환율 문제는 섣불리 건드릴 경우 오히려 예측하기 힘든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도 금리 인상에 거부감을 보이는 현실 인식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의 물가 판단은 갈팡질팡했다. 재정부는 2월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에서 전달에 들어갔던 ‘인플레 기대심리 차단’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최근 물가 상승은 공급 측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재정부는 2월 물가상승률이 4.5%에 이르자 “수요 측면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 달도 안돼 말을 바꿨다. 한은 등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수요 측면 압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한은의 금리 인상 실기도 물가고를 부채질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2008년 8월 당시 기준금리는 5.25%인 반면 지난달 금리는 2.75%로 금융위기 직전의 절반 수준이다. 실물경기 지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반면 금리는 턱없이 낮은 상태인 셈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지난해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기준금리 정상화 속도가 너무 더뎠다”고 지적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009년 2월 이후 16개월간 금리를 2.0%로 고정시켰다.

지난해 7월에야 금리를 2.25%로 올렸지만 이후 국내외 경제 여건을 이유로 다시 동결시키다 10월 물가가 4.1%로 치솟자 뒤늦게 11월에 금리를 올렸다. 물가 당국이 취해야 할 선제적 대응과는 거리가 먼 행보였다. 첫 단추를 잘못 꿰자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는커녕 올해에는 4%대의 고물가가 현실화됐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3월 물가가 5%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대응은 뒷북으로 일관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