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 후손이 日외무상? 마에하라 후임에 4대손 마쓰모토 물망… 동북아 외교갈등 우려

입력 2011-03-07 19:19

일본에서 정치자금 문제로 물러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무장관 후임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초대 조선통감의 외고손자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일본의 행위에 대한 역사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외교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외교에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력한 차기 외무장관 후보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간 총리가 7일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에게 당분간 외무장관을 겸임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쓰모토 다케아키(51·사진) 외무차관을 승격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마쓰모토 외무차관은 일본의 초대 총리이기도 했던 이토 통감의 4대손이다. 그의 어머니가 이토 통감 둘째 딸의 손녀이다. 그는 아버지 마츠모토 주로(松本十朗)가 방위청 장관을 역임했고, 이종사촌형 후지사키 이치로(藤崎一朗)가 현재 주미 일본대사로 재직하는 등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은행을 다니다가 방위청 장관이 된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자민당 소속이던 아버지와 달리 민주당 소속으로 입후보해 2000년 중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단체국회도서관 운영을 총괄하는 중의원 운영위원장을 맡았을 때 한국의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추진단의 요청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 협력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현안이 산적한 외교의 연속성을 위해 그의 외무장관 승격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내 여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야당, 간 총리에 의회 해산 요구 압박=야당은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 사퇴 및 의회 해산을 요구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는 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정권을 담당할 능력이 없다”면서 “한시라도 빨리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간 총리가 계속 버틸 경우 내각 관료들을 줄줄이 낙마시킨 뒤 총리 문책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문책결의안 자체로는 법적 효력이 없다. 하지만 간 총리가 요구하는 소비세 증세 등의 여야 협의 가능성을 틀어막아 정권을 궁지로 몰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11월 야나기다 미노루(柳田稔) 전 법무장관을 시작으로 간 내각 관료 5명이 물러났다. 야당은 호소카와 리쓰오(細川律夫) 후생노동장관을 다음 목표로 노리고 있다.

야당의 간 총리 퇴진 요구에 여론도 동조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7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 총리가) 빨리 물러나길 바란다’가 응답자의 51%,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길 바란다’가 36%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