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장이 가른 표정… 사료·우유 ‘사색’ 생수업계 ‘희색’
입력 2011-03-07 18:12
중소 식품가공업체인 A사는 구제역 때문에 한 달에 수천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 A사는 그동안 가공식품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을 사료업체에 납품했지만 구제역 이후 거래가 끊겼다. A사는 한 주에도 수t씩 쏟아져 나오는 식품 부산물을 이제 돈을 주고 처분하고 있다. 폐기물 업체가 한 번 싣고 나갈 때마다 드는 비용은 600만원 정도. 폐기 비용이 한 달에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A사 관계자는 “폐기 비용은 원가에 넣지 않아 사실상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다”며 “원자재 값이 올라도 제품 가격은 못 올리는데다 폐기 비용까지 부담하려니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제역 여파로 A사처럼 축산·낙농업과 관련이 깊은 사료업계·유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반면 생수업계와 수산물 가공업계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사료업계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사료 생산 물량은 평상시보다 11∼13%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소와 돼지 수백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11년 농업 전망’에 따르면 사료업계 생산 감소는 1조9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구제역 발생 축산 농가 경계지역까지도 접근이 금지돼 유통과 물류 자체가 막혔던 점도 매출 감소를 거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제역으로 피해를 입은 양돈·축산 농가 상당수가 전업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며 “사료를 먹어야 할 동물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사료업계가 입은 타격이 금방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렵기는 유업계도 마찬가지다. 3만6000여마리의 젖소가 살처분되면서 평상시보다 10∼15%가량 원유 생산이 감소해 공급할 수 있는 우유량도 줄었다. 학교 급식용 우유를 최우선 공급하면서 시판하는 우유 종류와 양이 감소했다. 봄 성수기를 맞았지만 신제품 출시도 섣불리 하지 못하고 있다. 젖소가 자라 우유를 생산하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리기 때문에 구제역 이전으로 공급 상황이 회복되는 데 2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생수업계는 구제역 이후 오히려 매출이 크게 늘었다. 구제역 매몰지에서 나오는 침출수 때문에 환경 문제에 민감해지면서 먹는샘물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구제역 청정지대인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삼다수’ 판매 증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에서 삼다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67%가량 증가했다.
수산물 가공업계도 구제역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구제역 탓에 쇠고기·돼지고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대체식품으로 참치 등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