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대한항공 V리그 첫우승 비결은… 박철우·문성민 ‘어시스트’

입력 2011-03-07 21:49

대한항공이 2010∼2011 프로배구 남자부에서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데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치열한 경쟁의식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박철우가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하는 과정과 현대캐피탈이 문성민을 KEPCO45로부터 데려오는 과정에서 양팀 전력누수가 심했고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이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얘기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박철우를 영입하면서 FA규정에 따른 보상선수로 베테랑 세터 최태웅을 현대캐피탈에 내줘야 했다.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의 보호선수 3명(박철우 고희진 여오현)을 제외한 선수 가운데 최태웅을 찍은 것. 권영민이라는 걸출한 세터를 보유하고 있던 현대캐피탈은 전력강화보다 오히려 상대의 전력약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최태웅을 빼앗긴 삼성화재는 유광우에게 올 시즌 주전 세터를 맡겼으나 시즌 중반이 될 때까지 공격수와 호흡을 맞추지 못해 최악의 한해를 보내야 했다.



거포 박철우를 내준 현대캐피탈은 전력누수를 막기위해 터키리그에서 뛰던 문성민이 원 지명구단인 KEPCO45와 계약한 뒤 데려오는 ‘3각 트레이드’ 방식으로 문성민을 확보했다. 토종 최강의 공격수를 데려온 대신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블로킹 1위 하경민과 레프트 공격수 임시형을 KEPCO45에 내줘야 했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이 드래프트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6게임 출장정지 처분을 받는 동안 대한항공에 1위를 내주고 시즌 내내 2위에 만족해야 했다.

2005년 프로리그 출범 후 대한항공만 만나면 펄펄 날았던 박철우, 하경민, 임시형이 빠진 것은 대한항공에게는 복수의 기회였다.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에 역대 통산 15승26패로 절대 열세였고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3차례나 만나 1승7패로 쓰디쓴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핵심 3인이 빠지자 대한항공은 올 시즌 현대캐피탈을 맞아 4차례 모두 3대 0 완승을 거두며 처절한 보복전을 단행할 수 있었다.

지난 해 대표팀 운영도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해 동안 월드리그, AVC컵,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동안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교대로 부상을 이유로 박철우와 문성민의 차출을 거부하는 사이 대한항공의 김학민, 신영수, 한선수는 주전급 선수로 꾸준히 대표팀에서 기량을 쌓을 수 있었다. 한선수는 대표팀 세터로 기량이 한 단계 올라섰고 김학민은 문성민 대신 꾸준히 레프트로 기용되면서 정규리그 최고의 레프트 공격수로 거듭났다.

한편 7일 대전경기서 KEPCO45가 삼성화재에 2대 3으로 패해 4위 LIG손해보험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