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무슬림 ‘살인극’… 기독교男 사귀었다고
입력 2011-03-07 18:10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축출로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있는 이집트에서 무슬림의 기독교인 공격이 발단이 된 종교 갈등이 나타났다.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29㎞ 떨어진 한 마을에서 가문 내 종교 갈등으로 여러 명이 죽고 교회가 불타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7일 크리스천포스트가 전했다.
지난 5일 한 콥틱 기독교인 남성과 무슬림 여성이 마을 인근에서 로맨틱한 사랑의 교제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된 게 사건의 발단이다. 아시리안인터내셔널뉴스통신(AINA)에 따르면 여성의 아버지는 충돌 사건이 있기 하루 전 그의 사촌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의 딸이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음에도 살려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여성의 오빠들은 아버지를 살해한 사촌을 죽여 복수했고 이를 알게 된 인근 무슬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인근 성 미나교회와 성 조지교회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 신도 2명이 죽고 교회당은 전소됐다.
AINA는 또 무슬림들의 교회 공격으로 교회 안에 있던 콥틱 사제와 신도 세 명의 행방이 불투명하다고 부언했다. 이들과의 휴대전화 연락이 불통인 상태에서 불속에서 죽었거나 포로로 잡혀갔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던 기독교인 남성은 이미 마을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대통령 축출 이후 국가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이집트 군부가 출동해 불을 껐고 지역 평화유지 차원에서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있는 이 마을에는 1만2000여명의 기독교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슬림이 절대 다수인 이집트에서는 기독교인 남성과 무슬림 여성 사이의 연애는 사회통념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무슬림 여성과 결혼해야 한다면 기독교인 남성이 이슬람으로 개종해야 한다.
이집트에서는 다른 종교를 가진 남녀의 사랑 때문에 갈등으로 치닫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이집트 남부 도시에서 한 기독교인 남성과 무슬림 여성이 사귄다는 이유로 무슬림들이 기독교인의 집 10채를 불태웠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