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법 당선무효 규정 완화 안 된다
입력 2011-03-07 17:50
국회의원들의 뻔뻔스러움이 도를 넘고 있다. 입법 주체인 국회의원들이 하나같이 범법 동료 의원들을 감싸거나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으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여야 원내대표가 속해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의원들이 지난 4일 입법 로비를 사실상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또다시 공직선거법의 당선무효 규정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으니 기가 차다.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 54명은 지난주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 당선무효 규정을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직 후보자 부모나 자녀 등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가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그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화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삭제하려는 것이다.
이들 의원은 헌법 제13조 3항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연좌제 금지 조항을 근거로 들며 본인의 잘못이 아닌 친족의 잘못으로 당선무효라는 불이익을 받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마치 선거를 한 번도 안 치러본 사람들처럼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선거는 제로섬 게임으로 후보자와 그 가족들은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라면 불법·탈법 등 수단방법을 안 가린다. 특히 금권선거의 대표적 사례인 유권자 매수는 믿을 수 있는 가족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이뤄진다.
견강부회도 유만부동이지 헌법 13조 3항 연좌제 금지를 공직선거법 제256조에다가 끌어다 붙여 해석하는 발상은 억지의 극치다. 국민 정서와 여론은 아랑곳 않고 동료 범법자들을 옹호하고 틈만 있으면 제 밥그릇만 챙기려는 국회의원들의 후안무치한 행위가 정치 불신을 조장하며 정치를 혐오스럽게 만들고 있다. 국회 법사위로 넘어간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발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발의한 의원들 스스로 철회해야 한다. 이게 정도다. 민(民)을 무시하면 민이 버린다는 역사의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