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체장 쌈짓돈으로 전락한 장학기금
입력 2011-03-07 17:47
감사원이 6일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장학재단 설립·운영실태 감사 결과는 자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지방행정의 난맥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장학재단의 상당수가 본래 목적을 벗어난 것은 물론 모금과 분배 양쪽에서 심각한 흠이 발견된 것이다. 어른들이 흥청망청 써놓고 ‘장학’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은 민망한 일이다. 최근 광주 지역의 부도덕한 ‘향판(鄕判)’ 혹은 또 다른 토착비리를 보는 듯해 씁쓸하다.
문제점은 장학금을 조성하는 과정부터 잉태하고 있었다. 조례 등에 근거도 두지 않은 채 장학재단을 설립하거나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대지 못하는 재정상태에 있으면서도 장학재단에 수백억 원을 출연한 곳도 있었다. 나머지 부족한 액수는 위법·부당한 모금으로 이어졌다. 지자체에 각종 물품을 대거나 공사를 따낸 업체의 돈을 끌어들인 것은 물론이다. 공무원과 업자 간 유착의 원인을 지자체 스스로 제공한 꼴이다.
어렵게 조성된 기금이라면 사용이라도 제대로 했어야 했다. 그러나 장학금은 꼭 필요한 학생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새고 말았다. 심사도 없이 공무원이나 경찰관, 심지어 지방의회 의장의 자녀가 받는 경우도 있었다. 성적이 나빠 경고 세 번을 받고 제적당했는데 1400만원을 받은 대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더 염치없는 짓은 어른들의 욕심이다.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하거나 교사용 아파트를 매입하는 데 왜 장학금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전북도의 경우 교사도 아닌 도의회 의원 15명이 2007년부터 외유성 해외연수를 하면서 장학기금 7988만원을 사용했다. 기금 관리도 엉망이어서 위험자산에 장학기금을 투자해 손실을 본 사례도 있었다.
파행적인 장학기금 운용의 일차적 책임은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기껏 치적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재단을 만든 뒤 선심성 사업을 위한 사금고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행정을 감시해야 할 의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감사원은 이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