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자본소득 과세 강화해야 공정사회”… 정태헌 교수 논문서 지적
입력 2011-03-07 17:30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부동산과 주식의 순 가치는 모두 7500조원, 자동차 내수판매액은 23조원이다. 그런데 부동산·주식에서 거둬들인 세금은 37조8000억원(전체 세수의 0.005%)인데 비해 자동차 내수판매액에 대한 세금은 6조8000억원(29.6%)이었다. 둘 간의 세율 격차가 무려 5920배나 된다.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가 계간지 역사비평 2011년 봄호에 게재한 논문 ‘한국 근대 조세 100년사와 국가, 민주화, 조세공평의 과제’에 실린 내용이다.
공정사회 이슈가 광풍처럼 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런데 그 실체는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정 교수는 공정사회를 구현하려면 조세공평이 실현돼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자본소득세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은 소비세 비중이 높고 투명유리 안에 있는 임금소득세에 비해 자산·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율이 현격하게 낮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한국 사회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자본소득에 대한 합리적 과세를 포기한 것을 든다. 당시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각종 감세정책을 시행했지만 정작 혜택을 본 것은 고소득층이었다. 예컨대 98년 대다수에 해당하는 연소득 2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금 혜택이 28만원이었던 데 비해 4000만원 이상 고소득층(1%에 해당)이 입은 혜택은 324만원이나 됐다.
더 큰 문제는 과세가 생산경제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개정을 통해 80%의 세금을 감면했으며, 차명으로 거액을 거래하는 현상은 금융실명제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정 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자산경제에 대한 탈루소득 포착과 세제개편이 절실히 필요한 때인데 이명박 정부는 방대한 감세정책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같은 호에 게재한 논문 ‘공공성의 관점에서 본 한국 토지보유세의 역사와 의미’에서 토지 자본이득세인 양도소득세에 대해, “각 정부가 조세정의 실현이 아닌 부동산 가격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삼는 데만 급급해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환수하지 않으면 자산과 소득 분배가 불공정해지는 것은 물론, 투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해 각종 경제적 비효율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비효율은 토지 보유로 인한 토지 이용의 비효율, 노동자의 근로 의욕과 기업의 투자 의욕 저하, 사회 전체의 저축 의욕 저하 등이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