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장기하? 우릴 몰라서 하는 소리죠”… 첫 정규음반 인기몰이 인디밴드 ‘10㎝’

입력 2011-03-06 21:54


인디밴드 ‘10㎝(십센티)’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지난달 내놓은 첫 정규음반 ‘1.0’은 1만장이 하루 만에 팔려나갔다.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의 ‘2월 월간차트’에 랭크된 순위는 4위. 십센티보다 높은 자리에 이름을 올린 가수는 빅뱅과 아이유,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과 탑이 만든 팀 ‘GD&TOP’뿐이다. 인디밴드로서는 이례적인 인기 때문에 ‘제2의 장기하’라는 소리도 듣는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들은 “장기하는 복고풍 음악에 퍼포먼스를 강조하지만 우린 가볍고 팝적인 노래를 하는 만큼 서로 완전히 다르다”며 “그런 얘기는 우리를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서는 “지난해 EP(미니 앨범) 발매 이후 기다린 사람들이 많아서 ‘지각 앨범’으로 말하기도 하던데 기대를 충족시켜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며 흐뭇해했다.

십센티는 젬베 치며 노래하는 권정열(28)과 기타와 코러스를 맡은 윤철종(29)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다. 팀명은 둘의 키 차이가 10㎝라는 의미. 지난해 ‘아메리카노’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를 발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23일 열린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팝 노래상’을 수상했다. 권정열은 “EP는 탐탁지 않은 앨범이었고, 만약에 시상식에서 (신인상 등) 다른 상을 많이 받았으면 부끄러웠을 것”이라며 웃었다.

십센티의 인기에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젊은 날의 흔적을 그린 노랫말이 큰 몫을 했다. 거짓말을 써도 진심이 훤히 보일 만큼 ‘투명한 거짓말’이어서 외려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대목도 많다.

‘네 생각에 내가 눈물이 난 게 아니고/이부자리를 치우다 너의 양말 한 짝이 나와서/갈아 신던 그 모습이 내가 그리워져 운 게 아니고/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타이틀곡 ‘그게 아니고’)

십센티는 자신들의 음악은 온전히 성인을 위한 노래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킹스타’ ‘뷰티풀’ 등 앨범에 실린 곡 중 상당수에는 성적인 코드가 숨겨져 있다.

권정열은 “‘그게 아니고’는 여자친구의 집에서 둘이 함께 보낸 적이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노래”라며 “10대들이 이런 노래에 공감하면 난감하다”고 했다. 윤철종은 “심의 때문에 가사를 바꿀 수는 없다”며 “노래에는 모두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데 단어 하나라도 바뀌면 이런 의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