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강기능식품 경품 허용 추진… 노인 울리는 ‘떴다방’ 기승 불보듯

입력 2011-03-06 19:12


정부가 건강기능식품 판매 시 사은품이나 경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인구 고령화로 급성장하는 건강기능식품 산업 육성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노인들을 경품으로 유혹한 뒤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처럼 속여 고가에 팔고 사라지는 ‘떴다방’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4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건강기능식품 판매 때 사례품이나 경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정당한 판촉행위를 제약해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는 경품 제공 시 영업 취소나 정지, 영업소 폐쇄 조치가 내려진다.

개정 취지는 고령 인구 증가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성장하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업체 수는 2008년 5만8570개에서 지난해 7만311개로 매년 7200여개씩 증가했고, 국내 판매액은 2008년 7514억원에서 2009년 9184억원으로 22.2% 늘어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정안대로 해당 조항이 보완장치 없이 삭제될 경우 건강기능식품의 과다 구매와 섭취를 초래할 수 있는 경품 무한경쟁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 행위의 유형 및 기준’ 고시에 따르면 모든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경품에는 원칙적으로 제약이 없다. 소비자 몇 명을 추첨해 제공하는 방식이면 1인당 경품가액이 5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등 규제가 있지만 연간 매출액이 20억원 이하(제조업체는 200억원 이하)인 업체는 제외된다. 국내 대다수의 건강기능식품 업체가 영세한 점을 감안하면 경품 규제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따라서 경품을 미끼로 노인들에게 건강기능식품을 정가보다 몇 배나 비싸게 파는 ‘떴다방’들이 공개적으로 불법영업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39건의 떴다방 단속 건수 가운데 절반인 19건이 건강기능식품이었다. 지난 3일 열린 공청회에서도 경품 허용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양금숙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판단력이 약한 노인층을 겨냥한 판촉행위를 관리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품으로 소비자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것을 규제할 수 있는 보완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일각에선 경품 제공 허용으로 ‘떴다방’식 불법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불법 영업행위와 사행성을 조장하는 영업행태를 단속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