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V리그 사상 첫우승 감격… 양강 현대캐피탈·삼성화재 타파
입력 2011-03-06 19:00
지난 시즌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3위로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를 가졌다. 현대캐피탈과 갖는 3번째 플레이오프였지만 막판 팀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어느 해보다 해볼만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진상헌, 김형우 등 주전 센터가 플레이오프 직전 부상함으로써 대한항공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3전 전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됐다.
시즌 후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이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은 당연히 센터진의 보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선수보강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데려온 선수는 한해 전 은퇴 후 대한항공의 전력분석원으로 일하던 이영택(34)과 현대캐피탈에서 막 은퇴한 신경수(33)였다.
‘만년 3위팀’ 대한항공의 올 시즌은 이처럼 예년과 달라진 튼튼해진 선수층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결과는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6일 경기서 대한항공은 4위가 거의 확실해진 LIG손보를 맞아 3대 0(25-19 25-21 25-23)으로 승리, 팀 최다인 12연승을 올리며 23승4패로 남은 3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에서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외의 팀이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지난 시즌과 확 달라진 대한항공의 전력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공격의 시작인 서브가 우선 최강이었다. 서브 1위 에반을 필두로 한선수, 김학민 등 서브 10걸에 3명이나 포진됐다. 강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공격력을 둔화시킨 뒤 악착같은 수비로 반격을 해대는 능력 역시 최고였다. 상대 서브를 세터에게 전달하는 리시브도 전체 2위에 오를 만큼 안정적이었다. 리시브와 디그를 합해 측정하는 수비능력은 이 부문 1위 최부식을 비롯해 신인 레프트 곽승석이 가세해 악착같은 수비력을 과시했다.
베테랑 세터 최태웅, 권영민(이상 현대캐피탈)에 가렸던 세터 한선수는 지난해 월드리그와 AVC컵, 아시안게임을 다녀오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선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 레프트로 자리를 옮긴 김학민은 공격성공률 1위로 팀의 고공비행을 선도했다. 개인기록상 6개 부문 중 대한항공 선수들은 6일 현재 블로킹과 득점부문을 제외한 4개 부문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항공은 특정 스타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각자 자기역할에 충실한 팀플레이로 우승이란 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도 ‘시스템 배구’로 우승을 일군 배구단의 사례를 그룹회의에서 자주 언급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연 2회씩 꾸준히 미국과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구단의 전폭적인 뒷바라지도 우승에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