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분 제품가 반영 정도 정유업종 90%로 가장 높다
입력 2011-03-06 21:47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정유업종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국내 제품가격에 가장 많이 전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철강, 타이어, 화학업종도 가격 전가력이 70%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음식료, 항공, 해운, 유틸리티(전기·가스)는 50% 이하로 가격 전가력이 약했다.
동부증권은 6일 각 업종별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한 ‘업종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제품가 전가능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업종별 가격 전가력은 정유가 90%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원유가 상승분 가운데 90%가 제품가격 인상으로 나타나고 나머지 10%는 정유회사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유덕상 애널리스트는 “정유업의 경우 매출 대비 재고회전율이 10∼15% 사이로 전월 원유 매입가격이 해당 월의 원재료로 반영되기 때문에 제품가격 전가력이 높다”고 말했다.
철강과 타이어업종의 가격 전가력은 70%로 비슷하지만 철강은 1∼2개월, 타이어 3∼4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60%인 화학업종의 경우 납사가 정유제품 가격과 연동돼 유가 상승에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대부분의 석유화학 제품은 변동 소비재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전가력이 낮다.
운송업종 가운데는 항공의 경우 유류할증료를 통해 50% 정도 전가되지만 과도한 할증료 부과는 여객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비해 해운은 화주와의 협의에 따라 유류비 상승분이 할증료로 전가되는 수준이 다르지만 컨테이너는 60% 수준, 벌크선은 10∼20% 정도 전가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전기와 가스 등 유틸리티 업종의 현재 가격 전가력은 30%로 아직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은 2008년 당시 연료비 전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에 연동되는 LNG 가격 상승으로 3조원대의 통합기준 영업순손실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올해는 7월부터 연동제가 다시 시행됨에 따라 가격 전가력이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반영 시차는 LNG·석탄이 5∼6개월, 유류는 2∼3개월로 하반기 이후 연료 소비자가격이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40%인 음식료의 경우 설탕 밀가루 라면 등 물가지수 구성항목의 가격인상은 두부를 제외하고 정부차원의 물가상승 억제정책이 지속되는 한 가격전가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유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기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가격 전가력이 높은 업종이나 종목은 상대적으로 증시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