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사느니…” 사람잡는 생활고
입력 2011-03-06 21:28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족끼리 주먹다짐하는 등 어려운 형편 탓에 빚어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쯤 서울 개봉동 한 주택에서 최모(50)씨가 2층 난간에 목매 있는 것을 고등학생 딸(18)이 발견했다. 119 구조대원들이 출동했으나 최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용접공으로 일하던 최씨는 건설업계 불황으로 지난해 8월부터 일거리를 얻지 못한 처지였다. 최씨 가족은 부인이 일용직 잡부로 일하며 벌어온 돈과 호주에 있는 큰딸이 매달 송금해주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최씨는 평소 술을 마시면 입버릇처럼 “이렇게 어렵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6일 낮 12시58분쯤 서울 신월동 제물포로 갓길에서는 폐지를 두고 할머니들끼리 싸움이 벌어졌다. 이모(83)씨는 자신의 폐지를 가져가려는 이모(66)씨를 밀쳐 넘어뜨린 혐의(폭행)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찻길로 넘어진 이씨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임모(42)씨가 몰던 화물차에 치여 뒤통수가 찢어지는 등 전치 3주 이상의 부상을 입었다.
폐지 가격은 ㎏당 130원가량으로, 하루 100㎏ 안팎을 팔면 1만∼2만원 정도 벌지만 5000원 선에 그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서울 누상동에서는 청각장애인 부부가 생활비 문제로 다퉈 남편이 경찰에 입건됐다. 박모(37)씨는 부인 김모(37)씨가 수화로 “애는 크는데 어떡할 거냐. 무능하다. 돈을 못 벌어올 거면 집을 나가라”고 하자 김씨의 뺨을 3대 이상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4시50분 서울 역삼동 5층 건물 옥탑 사무실에서는 세입자 권모(49)씨가 밀린 임대료를 요구하는 건물주와 말다툼하다 홧김에 불을 질러 가스난로가 폭발했다. 사고로
건물주 연모(51)씨가 숨졌고 연씨 부인 김모(50)씨와 권씨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요즘 먹고사는 게 힘들어서인지 ‘생활고 범죄’가 자주 일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