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고 덜 타기, 절약이 살길”… 미친 휘발유값 3년 만에 ℓ당 1900원 돌파
입력 2011-03-06 21:42
서울 남현동에 사는 직장인 원병용(36)씨의 코란도 차량은 2개월 넘게 지하 주차장에 서 있다. 원씨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8만원대면 경유(60ℓ)를 가득 채울 수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1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원씨는 “주유 할인카드나 적립카드를 이용하더라도 유류비가 가계 부담의 한도를 초과하는 상황”이라며 “불편하지만 마을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무연 보통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5일 현재 ℓ당 1901.83원을 기록했다. 휘발유값이 1900원을 뚫은 건 2년8개월 만이며,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147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자동차용 경유도 1709.07원을 기록, 유가가 치솟았던 2008년의 연평균 휘발유 가격을 뛰어넘었다.
치솟는 기름값은 운전자들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휘발유 및 경유 소비량은 전월 대비 각각 9.3%, 16.4%나 감소했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연비 효율을 향상시키는 연료첨가제의 경우 최근 2개월간 판매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나 늘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연비가 상대적으로 높고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소형 차종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판매된 소형차급(경차 및 소형차) 차량은 총 7만3878대로 전체 판매량의 50.8%를 차지하면서 중대형차 판매량을 앞질렀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취득·등록세 등이 면제되는 1000㏄ 이하의 경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중고자동차 매매전문 업체인 엘림자동차 손대홍 사장은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30%가량 늘었고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동 사태로 유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예년보다 경차나 소형 차종의 판매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름값 인하 여부를 두고 정부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정유사들은 행여 소비자들의 심기를 자극할까 납작 엎드린 분위기다. 일례로 지난해까지 경쟁적으로 전파를 타던 정유사들의 방송 광고가 올 초부터 뚝 끊긴 것. 축구스타 박지성을 앞세운 GS칼텍스나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를 내세운 에쓰오일 등 정유 4사의 TV 광고는 올 들어 자취를 감추거나 인쇄 매체 광고 등으로 전환됐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광고 모델과의 계약이 지난해 말로 만료됐다”며 “광고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기름값 논란이 첨예한 상황에서 광고를 내보내는 게 역효과를 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