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 동맹국 정책 ‘정권교체→ 개조’ 변화… “민주화보다 이익 우선” 비판
입력 2011-03-06 18:43
‘정권 교체(regime change)’에서 ‘정권 개조(regime alteration)’로.
중동·북아프리카 동맹국들의 민주화 시위 사태에 대한 미국의 정책 방향 흐름이다.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분출하면서 정정(政情) 불안이 확산되는 이 지역 친미 동맹국들의 기존 정권을 지원하면서 개혁을 추진하는 전략에 무게중심이 잡혔다는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정권 교체 상황보다는 시위대와 정권 간 협상을 촉구하는 등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개혁을 유도해 나가려는 미 정부의 전략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 같은 전략은 지난달 바레인의 민주화 시위 강경진압 이후 점차 가시화됐다. 당시 미국은 바레인 정권의 강경진압을 비난했다. 하지만 바레인을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예멘 등 민주화 시위 몸살을 겪고 있는 국가들이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에 특사를 파견해 미국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 지역에서 친미 정권 붕괴는 곧 ‘제2의 이란’의 출현이며, 이럴 경우 미국과 역내 동맹국들의 이익을 결정적으로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보기관이 ‘시아파 주도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레인을 침공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는 설도 있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략을 수정해 시위대에 정권과 협상할 것을 촉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바레인 모로코 예멘 등에 이 같은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억압적 체제와 싸우는 해외 시민사회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반독재 투쟁을 적극 독려했었다.
미국 고위당국자는 인터뷰에서 “바레인 시위 때부터 행정부가 안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레인을 무너지게 놔두기엔 너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의 민주화보다는 안보 및 석유 이익을 위해 태도를 바꿨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많아졌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