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장학재단 부정행위 백태… 단체장 ‘치적’ 위해 모금 혈안, ‘관계자’ 자녀들에 펑펑

입력 2011-03-06 18:36


감사원이 6일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장학재단 설립·운영실태 감사 결과는 장학재단의 상당수가 어려운 학생을 돕는 목적에서 벗어나 단체장의 ‘치적 쌓기용’으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장학기금 모금과 운영·사후관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었다.

◇직원 월급도 못 주면서 장학금 모으기 혈안=지난해 말 현재 139개 지자체가 145개의 장학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지만 이 중 경기도 양평군을 비롯한 8개 지자체는 조례 등에 근거도 없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경북 예천군 등 지자체 12곳은 자체 수입으로 소속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열악한데도 장학재단에 344억원을 출연했다.

출연금으로 부족한 장학금은 위법·부당한 기금 모집으로 이어졌다. 전남 강진군수는 소속 5급 이상 공무원별로 1억원의 장학기금 모집 목표액을 설정해 실적을 보고하도록 지시했고 모금 실적이 우수한 공무원에게는 제주도나 일본 여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군수가 직접 회의석상에서 “직원의 기부실적을 인사에 참고하겠다”고까지 말했다. 결국 2006∼2009년 강진군 5급 이상 승진자 17명 전원이 평균 495만원씩 ‘울며 겨자 먹기’로 기금을 기부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군과 각종 공사·용역·물품 계약을 맺은 업체 324곳도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지난 5년간 645차례 14억원의 기부금을 냈다.

◇지방자치단체장 사금고화에 주식투자로 기금 날리고=이렇게 모인 장학기금은 꼭 필요한 학생에게 전달되지도 못했다. 교사 격려비나 사기진작비, 교사 관사 매입비 등 장학재단 용도와 무관한 곳에 상당액이 지출됐다.

경기도 이천시민장학회는 교사 연구활동비로 기금을 쓰겠다고 관할 교육청의 승인의 받은 뒤, 이와 다르게 1인당 200만원씩 고교 3학년 담임교사에게 격려금을 주는가 하면 외유성 교사 해외 연수사업에 7352만원을 사용했다. 전북 도의회 의원 15명이 2007년부터 외유성 해외연수를 하면서 장학기금 7988만원을 부당하게 쓴 것도 이번에 적발됐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장학재단 이사가 추천했다는 이유로 경찰공무원 자녀 등 34명을 심사 없이 장학생으로 선발, 8641만원을 부당 지급했다. 광주광역시 북구는 구의회 의장 등에게 자녀를 장학생으로 선발해달라는 청탁 등을 받고 선정기준에 미달하는 6명을 장학생으로 선정, 1인당 150만원씩 지급했다. 충남 만세보령장학회, 충북 제천시인재육성재단, 경기도 과천시애향장학회도 재단 임원 등에게 장학생 선발권을 부여하고 무자격자를 장학생으로 선발했다.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이다보니 기금 관리도 엉터리였다. 광주광역시 광산장학회는 관할 교육지원청의 승인도 없이 2006년부터 31억원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주식 등에 투자한 결과, 환매한 펀드에서 2억4960만원의 손실이 확정됐고 현재 보유 중인 펀드 3개는 3억4968만원의 손실을 입은 상황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