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전역 ‘北 GPS 공격권’… 첨단무기 ‘먹통’될 수도
입력 2011-03-07 01:15
북한의 교란 능력 및 우리 軍 대응방안
지난 4일 오후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교란 현상이 북한군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북한의 GPS 교란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가운데 상당부분이 GPS를 활용하고 있어 북한이 교란능력을 대폭 확충할 경우 전력공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GPS 교란장비를 실제 사용한 것은 지난해 8월이 처음이었다. 군 일각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군사훈련기간에 북한이 GPS 전파 교란을 시도한 것을 놓고 북한이 본격적인 전자전 준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북한의 GPS 교란능력=북한은 이미 1990년대 말 러시아로부터 GPS 교란장비를 수입한 뒤 이를 개량해 독자적인 장치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중동 국가 등에 수출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 6월 21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소위 청문회에서 브루킹스 연구소 마이클 오해런 연구원은 “이라크처럼 북한도 GPS로 유도되는 정밀타격무기를 교란하기 위한 재밍(jamming·전파교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수입한 것은 출력 4W급 러시아제 GPS 교란장비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출력 24W급의 대형 TV 크기 정도의 교란장비를 추가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자전 전문가들은 “이 장비가 한반도 전역에 해당하는 사방 400㎞ 이내 모든 GPS 수신기의 사용을 정지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서해안에서 발생한 GPS 교란은 2∼3분간의 간헐적인 간섭현상만 발생해 피해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지역은 서해 북쪽 말도에서 어청도와 홍도까지 330㎞에 달했다.
GPS는 약 2만㎞ 상공에 배치된 24개의 GPS 위성에서 발사된 신호전파를 활용한다. 문제는 우주상공에서 지구에 도달할 때의 위성신호 출력이 휴대전화 신호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약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쉽게 교란될 수 있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 이라크군이 출력 4W의 러시아제 교란장치를 사용해 GPS로 유도되는 미국의 합동직격탄(JDAM)에 전파방해를 일으켜 민간시장을 오폭토록 해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 군의 피해 가능성과 대응방안=지난 4일 발생한 GPS 전파교란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에 발생한 북한의 GPS 교란사태 때에는 서해안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함정에서 일부 GPS 수신장애가 발생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상용 GPS를 함께 사용하는 일부 함정에서 장애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무기류와 각종 위치정보장치들은 상용 GPS나 구형군용 GPS, 신형군용 GPS를 사용하고 있다. 신형군용 GPS는 대부분 미국에서 직도입한 F-15K, F-16, JDAM 및 육군의 다연장로켓(MLRS)에 사용되고 있다. 이들 무기류에는 미국이 암호화한 군용 P(Y)코드 수신기를 장착하고 있어 외부의 GPS 교란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발된 무기나 장비류에는 이 같은 P(Y)코드가 장착돼 있지 않다. 한·미 간 GPS수신기 사용에 대한 협약이 체결돼 있지만 미국무기에 장착된 상태로 도입하는 경우가 아니면 구매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이 때문에 이번처럼 외부에서 GPS 전파교란을 시도하면 상용 GPS와 구형군용 GPS를 장착한 무기나 장비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GPS 전파교란이 발생하면 함정이나 항공기의 위치파악이 힘들고 미사일이나 포탄들이 목표지점과는 다른 곳을 공격할 수도 있다. 군관계자는 “현재 우리 군은 GPS전파교란에 대비해 관성항법장치(IMU)를 활용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GPS 전파교란을 막을 수 있는 전자전교란기나 독자적인 한국형 위성운용체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유사시 북한의 GPS 교란장비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자주국방 네트워크 신인균대표는 “유사시에는 한·미가 공동작전을 펼치기 때문에 미국의 EA-18G 그라울러 전자공격기 등으로 북한의 GPS 교란장비를 마비키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도 “미 우주사령부소속 요원들이 한반도에 파견되거나 사령부에서 GPS 교란을 실시하는 북한 지역을 파악해 무력화시키는 계획이 수립돼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