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강요·청탁받고 장학생 선발… 지자체 장학재단 총체적으로 곪았다

입력 2011-03-06 18:27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장학재단들이 불법 기부금품 모집과 청탁을 통한 장학생 선발 등 설립부터 운영, 관리·감독에까지 총체적 문제를 드러냈다.

감사원은 지난해 실시한 전국 139개 지자체 산하 145개 장학재단의 운영실태 감사 결과, 이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26%에 불과한 데 비해 출연금 규모는 2009년에만 1307억원이나 돼 지방재정에 큰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이들 지자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는 3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장학재단 출연금 규모는 2005년 289억원에서 4년 새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1995년 28개였던 지자체 장학재단은 2009년 말 현재 145개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감사원은 또 기금 모집과 운용, 관리·감독에서 각종 위법·부당행위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공무원에게 승진 등의 명목으로 기부금을 사실상 강요한 전남 강진군수와 전 충남 당진군수에 대해 각각 검찰에 수사요청 및 수사에 참고해 줄 것을 통보했다.

경남 진해시인재육성재단 등 일부 장학재단은 설립당시의 단체장이 재선에 실패한 뒤에도 계속 이사장 신분을 유지하며 지자체의 지도·감독을 거부한 채 민간 장학재단 행세를 하며 장학기금을 자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구의회 의장 등의 청탁을 받고 이들 자녀를 자의적으로 장학생으로 선발한 광주광역시 북구 등 장학생 선발과정을 불투명하게 운영한 지자체에 주의 또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또 교육청 승인 없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해 5억원이 넘는 장학기금 손실을 본 광주광역시 광산장학회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서부교육지원청에 대해서는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95년 민선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선거를 의식한 상당수 단체장이 치적 쌓기의 일환으로 장학재단을 경쟁적으로 설립했지만 운영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에는 문화재단, 복지재단 등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는 이른바 지자체의 준 공공부문 각종 사업에 강도 높은 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