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입가경 치닫는 대학가 음주문화
입력 2011-03-06 17:58
대학생들에게 2∼3월은 ‘폭음 시즌’이라고 한다. 새터(새내기 배움터), 미터(미리 배움터), 신입생환영회 등으로 이어지는 행사는 3월 개강과 더불어 절정을 이루면서 술에 얽힌 여러 추문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학사회의 위험한 음주문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음란 풍속으로 치닫고 있어 개탄스럽다.
요즘 미팅 현장에서 유행하는 술은 일명 ‘쇄골주’와 ‘귓볼주’라고 한다. ‘쇄골주’는 여학생 빗장뼈에 소주를 부은 다음 남학생이 마시는 것이며, 술에 담근 귀를 핥아먹는 게 ‘귓볼주’다. 남학생 무릎에 여학생을 앉힌 채 서로 껴안거나 입에서 입으로 술을 건네는 러브샷의 마지막 단계에서 마신다. 심지어 옷 벗기기 단계로 이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짓인가.
서울에 소재한 한 사립대의 신입생 환영회 장면도 경악스럽다. 선후배 간의 유대를 강화한다며 남녀 학생들이 한 몸이 되어 오래 버티는 게임을 하면서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 중에는 누운 여학생 위에 남학생이 올라가 과자를 먹는 모습도 있다. 그럼에도 이 대학 학생회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화살을 바깥으로 돌리고 있다.
대학생들의 음주량을 보면 취생몽사의 수준이다. 한 사회단체가 전국 63개 대학 406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폭음자 비율이 무려 71.2%에 이르렀다. 특히 남자 대학생 3명 중 1명은 일주일에 3번 이상 소주 5잔 이상씩 마시는 폭음자로 분류됐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술에 절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대학가의 비뚤어진 음주 문화는 우리를 매번 실망시켜 왔다. 젊음의 열정을 감안하다고 해도 과도한 음주와 그에 따른 풍속의 일탈은 용인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의 성적 수치심이 무너지면 도덕성의 무장해제가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궁극적으로 이성보다 본능이 지배하는 공동체로 전락한다. 사회의 내일을 이끌어가야 할 주역이자 우리 미래의 희망인 대학생들의 맹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