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政資法 개악안 본회의 통과 안 된다

입력 2011-03-06 18:00

국회 행정안전위가 4일 입법로비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된 여야 의원 6명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조항이 사라질 수 있다. 지난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자중자애하는 듯하던 행안위 소속 의원들이 ‘비리 동료 의원’을 구하고, 앞으로 정치자금을 쉽게 모금하기 위해 총대를 멘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전형적인 사례로 국민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개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아주 심각하다. 개정안은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제31조에서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법인 또는 단체의 자금’으로 바꿔치기를 했다. 정치자금 성격이 법인·단체 자금일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꼼수를 부린 것이다. 법인·단체가 소속 직원·회원을 은밀하게 독려해 개인 후원금을 내게 하면 처벌할 수 없는 여지를 만든 셈이다. 어느 직원·회원이 법인·단체의 지시를 무시하고, 개인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후원금을 내지 않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개정안은 또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는 제32조에서 ‘공무원’을 ‘본인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은근슬쩍 변경했다. 국회의원 자신의 사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처벌할 수 없도록 개악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뇌물을 줘도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개악된 정자법 개정안을 부결시켜야 마땅하다. 개정안의 기습 처리는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로한 전직 의원에게 보조금을 줄 수 있게 한 ‘헌정회육성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처럼 의원들은 이번에도 본회의에서 정자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권자들은 후안무치하고 입법권을 남용한 의원들을 엄중하게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