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전자전 도발 보고만 있을 건가
입력 2011-03-06 18:02
지난 4일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의 수신 장애 현상은 북한에서 발사된 GPS 교란전파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인천 파주 등의 기지국에서 GPS 수신 장애가 발생한 시간대에 해주와 개성 지역 북한군 부대에서 강한 통신교란 전파가 날아온 것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의 전파교란 공작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파교란이 북한 소행으로 확인된 이상 지난 주말 청와대 국정원 등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역시 북한 소행일 개연성이 커졌다.
정보통신 업계에서는 공격 주체를 파악하려면 IP 주소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남북 간 유사시 디도스 공격이나 전파교란이 일어난다면 행위 주체를 확인하기 위해 허비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전파와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전(電子戰)이 실질적 위협이 된 이상 그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전파교란으로 포병부대의 계측기가 오작동하고 GPS를 활용한 휴대전화 시계가 맞지 않거나 통화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교란전파가 장비 시험 차원에서 5∼10분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발사됐기 때문에 피해 수준이 경미했다고 한다. 만약 북한이 전파를 지속적으로 발사했더라면 어떤 피해가 일어났을지 모를 일이다.
군은 북한이 러시아에서 이동식 전파교란 장비를 수입해 50∼100㎞의 범위에서 GPS 및 일반 전파 교란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작년에 입수했다. 작년 8월 서해 일부 섬과 해안에서 수 시간 동안 전파수신이 간헐적으로 중단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미뤄 북한은 선박을 이용한 후방 전파교란까지도 염두에 둔 게 분명하다.
작년 천안함은 배 밑에 먹통 소나(전파탐지기)를 달고 다니다가 맥없이 당했다. 북한은 연평도 공격 직전에도 GPS를 교란해 우리 군이 해상사격훈련 정찰을 위해 띄운 무인정찰기를 무력화했다. 북한의 전자전 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군은 과연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