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최정욱] 전화와 스마트폰

입력 2011-03-06 17:56

이 땅에 전화가 개통된 것은 1896년 10월 고종이 기거하던 덕수궁에 전화교환기와 자석식 전화기가 설치되면서부터다. 당시 전화기는 텔레폰을 음역한 덕률풍(德律風) 또는 덕진풍(德津風)으로 불렸다. 고종은 덕수궁 함녕전 대청마루에 놓인 전화기를 통해 수시로 각 부처에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동학농민운동 참여로 일본군에 쫓겨 만주로 피신했던 청년 김구는 1896년 귀국했다. 하지만 조선인을 가장해 밀정 노릇을 하던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체포돼 그해 11월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그 장교를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다행히 교수대에 오르기 직전 그의 심문서를 살펴보던 승지가 ‘국모보수(國母報?·국모의 원수를 갚음)’라는 글귀를 발견하고 이를 보고했다. 그러자 고종은 즉시 어전회의를 열고 전화로 사형집행 정지를 명령했다(이성규, 과학으로 보는 조선왕조 실록).

전화가 한 청년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인 것이다. 이후 전화기는 기계식, 전자식을 거쳐 최근의 스마트폰까지 진보를 거듭해 왔다.

지난해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이동전화요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이동전화요금은 월평균 10만3370원으로 2009년(9만5259원)보다 8.5% 증가해 2003년 통신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10만원을 넘어섰다. 월 4만5000원 이상 요금제를 내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동전화요금이 늘면서 가계소비지출 가운데 통신비 비중은 7.09%로 식사비(12.38%), 학원 및 보습교육비(7.21%)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편리함이 커졌지만 무분별한 인터넷 이용과 게임중독 등으로 요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스마트폰 요금제에는 별도의 청소년용 요금제가 없었다. 이에 따라 값비싼 게임이나 앱을 내려받아 많게는 수백만원을 청구 받고 가정불화가 커지거나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도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동통신업계에 요금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달부터 SK텔레콤에 이어 KT와 LG유플러스도 청소년 대상 2만원대 스마트폰 요금제를 선보이기로 했다. 업계가 이를 통한 스마트폰 보급 확대만 기대하지 말고,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데 더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최정욱 차장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