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카페 ‘바리스타’ 교육시키는 경성현 집사… 착하고 맛난 커피香, 카페는 우리 교회 전도방

입력 2011-03-06 17:30


경성현(47) 집사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집사님! 저희 커피가 이상해요!” “어떻게 이상한데요?” “배운 대로 했는데도 그 맛이 안 나요!” “제가 며칠 내로 한 번 갈게요.”

경 집사는 지난해까지 유명 가구회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지금 그의 직업은 여러 개로 늘어났다. 모두 커피와 관련 있는 직업이다.

우선 그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인정한 사회적기업 ‘나섬’(대표 유해근 목사)의 이사다. 나섬은 공정무역으로 수입한 좋은 커피를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사회적 약자를 돌본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또 그는 바리스타다. 인터넷 사전에 ‘커피를 만드는 전문가로서 좋은 원두를 선택하고 커피 기계를 활용하여 고객이 원하는 커피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일’이라고 돼 있는 설명대로 그는 나섬이 운영하는 카페 ‘커피볶’ 중에서 서울 광장동 나섬공동체 내 본점에서 일한다.

또 그는 로스터다. ‘커피를 볶아 파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대로 그는 생원두를 기계로 볶아 커피볶에서 사용하고 다른 카페들에도 납품한다.

그는 강사이기도 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문화법인에서 실시하는 ‘교회카페 바리스타 아카데미’를 통해 지금까지 30여명의 바리스타를 교육했다. 동시에 컨설턴트다. 수강생들이 카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함께 고민하고 조언하기 때문이다. 좀 전에 전화를 한 수강생에게처럼 교회 카페를 직접 찾아가 애프터서비스를 해 주는 일도 자주 있다. 그 직업마다 직함이 있지만 그는 집사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이 모든 직업이 나섬교회의 집사가 된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20대 때부터 커피 마니아이긴 했어요. 제가 시작한 일에 끝을 보는 타입이거든요. 좋은 커피를 찾아 마시고, 커피에 대해 공부해 오다가 2005년쯤에 바리스타 교육을 1대 1로 받았어요. 그 다음부터 집에서 ‘모카포트’라는 도구로 에스프레소를 내려서 마셔 왔지요.”

그럼에도 커피를 직업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어디까지나 취미였을 뿐이었다. 재작년 나섬공동체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나섬공동체는 한국의 대표적인 이주민 선교 전문가인 유 목사가 이끄는 곳으로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 재한몽골학교 나섬다문화이주민학교 등이 속해 있다. 심리치료사인 경 집사의 아내가 몽골학교 어린이들을 상담한 일을 계기로 부부는 2009년 이 교회에 등록했다.

“참 신기해요. 제가 교회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목사님이 사회적기업을 시작하신 거예요. 그때 목사님은 제가 바리스타인 줄도 모르셨어요. 제가 말씀을 드렸더니 바로 같이 일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경 집사의 합류로 나섬은 날개를 달았다. 네팔 선교사와 함께 추진하는 공정무역도 조만간 결실을 볼 전망이다. 경 집사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들른 유 목사는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은 ‘착한 소비’를 내세우는데 나섬은 여기에 선교까지 염두에 둔다”고 설명하며 “경 집사가 우리 나섬의 핵심 인재이자 스타”라고 추켜세웠다.

물론 안정된 직업을 떠나는 데는 고민도 있었다. 수입도 줄었다. 그러나 선교와 의미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한번에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고 아내와 고교생 두 자녀도 전폭적으로 지지해 줬다.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 명함을 내밀 때가 제일 만족스러워요. ‘나 이렇게 멋진 일 하고 있어’ 하고 속으로 외치곤 하죠.” 향이 짙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주는 경 집사의 표정은 그의 말 그대로 당당하고 행복해 보였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