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1-03-06 17:41


(36) 아버지만 아신다

대학 시절 우주론에 관심이 깊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비롯한 여러 책에 탐닉하면서 존재의 신비에 깊이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 신앙이란 것이 왜소하게 보였다. 아내와 만나 사귈 때 가끔 논쟁이 된 주제가 이것과 연관돼 있었다.

“우주가 처음 생겼을 때에는 은하도 별도 행성도 없었다. 생명도 문명도 없이, 그저 휘황한 불덩이가 우주 공간을 균일하게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 대폭발의 혼돈으로부터 이제 막 우리가 깨닫기 시작한 조화의 코스모스로 이어지기까지 우주가 밟아온 진화의 과정은 물질과 에너지의 멋진 상호 변환이었다. 이 지극히 숭고한 전환의 과정을 엿볼 수 있음은 인류사에서 현대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우주 어딘가에서 우리보다 지능이 더 높은 생물을 찾을 때까지, 우리 인류야말로 우주가 내놓은 가장 눈부신 변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코스모스, 60∼61쪽)

세이건의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우주의 신비에 젖어들었다. 그때 신앙이 깊은 친구와 얘기하면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친구가 창세기 1장 2절 내용을 말하면서 세이건이 말한 게 성경에 이미 있다는 것이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태초의 창조 후 질서와 조화의 코스모스로 진행되기 전에 혼란 곧 카오스의 상태가 있었다고 성경이 말씀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는 우주론의 빅뱅에 대해서도 성경의 그 다음 구절로 설명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이것이 말하자면 빅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빅뱅은 존재의 맨 처음이 아니고, 하나님이 무언가 존재를 만드시고 난 뒤 구체적으로 코스모스로 이행하는 작업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마가복음이 전하는 예수의 길에서 13장은 참 중요하다. 예수님은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신다. 더 중요한 것은 성전 파괴와 더불어 우주의 종말을 예고하신다.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에 있는 권능들이 흔들리리라.”(25절) 이어서 우주 최후의 시간이 언제일 것인가를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에 있는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시느니라.”(32절)

독일에 와서 교회 공동체에 깊이 들어가면서 기독교 신앙의 핵심 사항들을 알게 되었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현재 존재하는 세상의 종말과 도래할 새로운 세계는 기독교 신앙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다. 기독교 신앙을 구조하고 있는 초석이다. 이걸 빼면 기독교 신앙이 무너진다. 존재는 시작되었으니, 끝날 때도 있다. 우주론적으로 보아도 아주 당연한 논리다. 지구별에 수명이 있다는 것은 우주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상식이다. 그래서 다른 별로 이주하는 걸 얘기한다.

성경은 이런 사실을 아주 오래 전부터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때를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몸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하나님 아들인 예수님도 모르신다. 오직 아버지만 아신다. 신학자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기독교 이단들의 주 메뉴는 종말이라는 말이다. 1992년의 다미선교회 사건도 그런 것이다. 우주론에 깊이 빠질 때 나를 사로잡았던 ‘겸허’란 단어가 하나님의 창조와 종말의 진리 앞에서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로 나를 사로잡는다. 예수님의 시야엔 늘 창조와 종말이 있었던 것이다.

지형은 목사 (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