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굳게 지킨 행안위

입력 2011-03-05 01:17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4일 사실상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은 행안위가 지난해 말 처리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무산됐었다. 행안위는 일정에 없던 정치자금개선소위를 열어 법안의 3개 조항만을 바꾼 뒤 전체회의에 상정, 10분 만에 의결하고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개정안은 제31조 2항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꿨다. ‘단체의 자금’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정단체가 소속 회원의 이름을 빌려 후원금을 기부한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사건과 같은 경우 처벌조항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또 제32조 3호 “공무원이 담당, 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에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에서 ‘공무원’을 ‘본인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바꿨다. 국회의원 본인은 업무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두 조항은 검찰이 청목회 사건에서 여야 의원 6명을 기소할 때 적용한 것으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경한법 우선 적용의 원칙(형량이 낮은 조항을 적용)’에 따라 이들 의원은 면소판결을 받게 된다.

행안위는 “누구든지 업무, 고용 등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는 제33조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이용해 강요하는 경우에 한해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변경했다. 이는 경찰이 농협의 불법 후원금 의혹 수사를 하며 적용한 조항이다. 개정안대로 되면 특정기업이 직원들에게 불법적으로 정치후원금 모금을 알선해도 ‘강요’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게 된다.

한나라당 행안위 간사인 김정권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만 고친 것으로 입법로비를 허용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