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信-經 분리’ 상임위 통과] 50년만의 대수술… 농협 이렇게 달라진다
입력 2011-03-04 22:43
‘돈벌이 치중’ 비난벗고 농축산물 유통·판매 ‘본업’ 강화
농협법 개정안이 다음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 논의만 거듭했던 농협 개혁 작업이 17년 만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역 단위 농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의 돈으로 운영돼 온 농협이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유통·판매 창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농협 어떻게 달라지나=농협은 그동안 돈 되는 신용사업, 즉 금융 업무에 기능이 치중돼 농업인에게 실제 필요한 농축산물 유통·판매 부문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동시에 신용 사업 부문도 협동조합이라는 제도적 한계에 막혀 금융 환경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잃어왔다. 실제 2006년 1조943억원이었던 신용 부문 순익은 지난해엔 5662억원으로 반토막 나는 등 농업인의 돈이 건전성 위기에 닥쳤다는 우려도 높았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경제지주 부문은 독립된 자본과 조직을 기반으로 판매·유통 등에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하나로마트와 농협목우촌 등 기존 자회사들은 경제지주 부문에 포함돼 분리되고 기존 중앙회 조직은 양곡·원예·축산 등 지역 단위 조합이 추진하는 판매 유통 업무를 적극 지원하는 판매본부로 변화하게 된다. 현재 인력의 3분의 2 이상이 은행업 등 신용사업에 투입돼 있는 조직도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특히 중앙회는 개별 지역 조합이 출하하는 농산물 판매를 50% 이상 책임지도록 했다. 농산물의 유통망을 확보하고 판매를 활성화하는 한편 농축산물 수급 조절 능력도 높인다는 취지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과 NH보험(생명·손해)을 분리·신설하고 NH증권 등 기존 자회사를 아우르는 형태가 된다. NH카드도 별도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일반은행 업무 외에 조합 및 중앙회 자금 지원, 농업자금대출 등 농업금융으로 특화시킨다는 계획이다.
◇핵심 쟁점 어떻게 정리됐나=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본금은 일단 농협이 자체 조달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게 된다. 논란이 됐던 지원 규모나 대상 및 방식은 법 개정 이후 자산 실사 등을 거쳐 추후에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또 조세 부문은 경제·신용사업이 독립법인으로 분리됨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세금 8000억원은 일단 감면해주고 이후 사업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도 현행 제도 하에서 내던 정도를 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자칫 경제사업 부문이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보유 자본을 배분할 때 30% 이상을 경제 사업에 배분하기로 약속했다. 농협공제의 보험업 전환과 관련, 농업인의 불편이 없도록 농·임업인 안전공제, 농기계 종합공제 등 정책보험에는 5년간 방카슈랑스 규제 예외도 인정키로 했다.
◇남은 일정은=농협 조직개편은 1994년 처음 논의가 시작됐지만 번번이 각계 이견 등으로 법안 자체도 마련되지 못하다 2009년 12월 정부가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 지난해 2월 국회 상임위에 상정됐다. 국회에 상정된 지 1년 3개월 만에 본회의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번 본회의를 통과하면 농협은 법에 명기된 대로 내년 3월 2일까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해 금융지주와 경제지주 회사를 각각 설립해야 한다.
앞서 오는 6월까지는 농협의 자체 자본 조달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자본 조달 계획에 따라 부족분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내년 예산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