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특사단 사건’ 하루 늦게 보고 받아… 3차장 산하서 누락 의혹

입력 2011-03-04 21:22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4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과 관련, “최초로 보고받은 시점은 지난달 17일 오전 11시”라고 말했다. 이는 사건 발생 시각인 16일 오전 9시27분과 하루 이상 차이 나는 것이어서 국정원 내부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 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 내 어느 라인을 통해 사건을 보고받았느냐”는 정보위원들의 질문에 “통상 라인과 여러 라인에서 보고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이 전했다.

일부 정보위원은 “모 언론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지목한 국정원 3차장 산하 산업보안국의 국장이 소위 ‘영포 라인’”이라며 “특정 지역 편중 인사에 따른 내부 갈등 등으로 국정원 내 특정 라인이 보고를 누락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원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정보위원들은 3차장 라인에서는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날 정보위에 출석한 서범규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7시30분쯤 이성규 서울경찰청장에게 사건 내용을 문자로 보고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원 원장이 내부가 아닌 경찰로부터 사건 내용을 전해들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정보위원은 “원 원장이 보고받은 시점으로 볼 때 조현오 경찰청장한테서 연락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원 원장은 “물의가 빚어진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 연루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의에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아니라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 데 대해 송구스럽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한장희 엄기영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