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리비아에 모든 군사적 옵션 검토하라” 지시

입력 2011-03-05 01:21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 원수가 리비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중재하자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리비아 반정부 세력은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중재안 수용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비아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검토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때맞춰 미 해군 상륙함 두 척과 해병대 400여명이 리비아 인근 그리스에 도착했다.

◇리비아 반정부 세력, 중재안 거부=반정부세력 과도정부인 ‘리비아 국가평의회’의 무스타파 게리아니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차베스 중재안을 수용하기엔) 너무 늦었다.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고 밝혔다. 게리아니 대변인은 “카다피가 물러나기 전에는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베스 중재안은 여러 국가로 구성된 중재위원회에서 카다피와 반정부 세력 간 대화를 주선한다는 내용이다. 카다피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 국가들은 이를 거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4일 금요기도회를 마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보안군과 충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리폴리 타주라 지역 시민 1500여명은 “카다피는 신의 적” “카다피는 이제 끝났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에 나섰고, 보안군은 이들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며 강제 해산했다.

또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위성도시 자위야에서는 반정부 세력과 카다피의 7남 카미스가 이끄는 군대 간에 교전이 다시 벌어졌다. 반정부 시위대 대표기구인 ‘리비아 국가위원회’의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금지구역만 설정되면 우리의 다음 목표는 트리폴리”라고 말했다.

◇오바마, 모든 옵션 검토=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우리가 취해온 비(非)군사적인 조치 이외에도 모든 종류의 옵션을 보고하도록 군에 지시했다”며 “국제사회와 협의해 리비아인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옵션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검토 중인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우선순위는 리비아 국민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 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그리스의 미 해군기지에 해병 특수부대원 400여명이 도착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병력은 미 본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파견됐으며, 다목적 강습상륙함 한 척과 상륙수송함 한 척도 투입됐다.

영국이 리비아 선박에 실려 있던 1억 파운드(약 1800억원) 상당의 리비아 지폐를 압류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4일 전했다. 이 선박은 지난 주말 트리폴리에 가려다 기상악화로 영국으로 향하던 중 당국에 붙잡혔다. 앞서 영국은 지난달 27일 카다피 일가의 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잉글랜드 북부에서 찍은 8억5000만 파운드(약 1조5300억원) 상당의 리비아 지폐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한승주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