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국정원 보고체계… 원세훈 원장 "印尼 특사단 사건 25시간 뒤 보고 받아"

입력 2011-03-05 01:16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4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과 관련, “최초로 보고 받은 시점은 지난달 17일 오전 11시”라고 말했다. 이는 사건 발생 시각인 16일 오전 9시27분과 하루 이상 차이 나는 것이어서 국정원 내부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 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 내 어느 라인을 통해 사건의 첫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통상 라인과 여러 라인에서 보고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이 전했다. 일부 정보위원은 “모 언론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지목한 국정원 3차장 산하 산업보안국의 국장이 소위 ‘영포 라인’”이라며 “특정 지역 편중 인사에 따른 내부 갈등 등으로 국정원 특정 라인이 보고를 누락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정보위에 출석한 서범규 남대문경찰서장이 사건 다음 날 오전 7시30분쯤 이성규 서울경찰청장에게 문자로 보고했다고 밝히고, 1시간 뒤 8시30분쯤 조현오 경찰청장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원 원장이 조 경찰청장으로부터 전해들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원 원장은 “물의가 빚어진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 연루를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의에는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 데 대해 송구스럽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곤란하다”며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한편 김숙 국정원 1차장은 “중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공식 초청했다”며 “중국의 초청이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여당 정보위원이 전했다. 중국의 멍젠주 공안부장이 지난달 14일 평양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초청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희 엄기영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