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주민 거취 본인 자유의사대로

입력 2011-03-04 17:42

지난달 5일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하한 북한 주민 31명 중 4명이 귀순 의사를 밝힘에 따라 나머지 27명만 송환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북한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남측이 ‘회유·기만·협박으로 귀순공작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전원 송환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는 ‘북남관계와 관련한 중대한 문제이자 우리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문제를 꼬투리 삼아 남북 간 긴장도를 더 높이겠다는 위협이다.

그러나 정부는 절대 북한의 이 같은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 긴장국면이 연장되거나 악화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자발적으로 대한민국의 품에 남기를 희망한 북한 주민들을 강제로 돌려보내는 것은 그들을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탈북자나 귀순자들을 ‘배신자’라고 욕하면서 온갖 저주를 퍼부어온 북한 당국이 일단 귀순 의사를 밝혔던 사람들을 가만 놔둘 리 없다.

북한은 전원 송환이 ‘인권과 인도주의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최악의 인권국가로 세계에 낙인찍힌 북한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보도에 따르면 합동신문 중 콜라와 초코파이를 먹으며 “이렇게 맛난 음식은 난생 처음”이라고 말했다는 사람들을 북한에 억지로 돌려보내는 게 ‘인권 존중’이고 ‘인도주의 실현’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북한이 귀순 희망자들의 의사가 ‘조작’됐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정부로서는 남북 당국과 함께 국제적십자사 같은 제3자도 참여해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방안을 북한에 제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는 장차 유사한 사례가 있을 때도 유용할 것이다.

다만 정부가 남쪽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들을 다룰 때 유념할 점은 있다. 불필요하게 조사 시일을 오래 끌거나 산업시찰 등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 기간의 경우 이번에 26일이 걸렸다. 인원이 많아서 그랬던 것으로 보이지만 종래 1∼2일, 길어야 1주일 정도였던 데 비하면 길다. 앞으로도 북한에 트집 잡힐 빌미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