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워진 남성 봄 패션… 재킷 한 벌로 일주일을 멋있게
입력 2011-03-04 17:26
조끼·카디건만 살짝 바꿔도 ‘꽃남’
앙칼졌던 만큼 뒤끝도 매섭다. 주 후반 전국 대부분 지방의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쑥 내려가니 다시 겨울이 오나 싶을 정도. 하지만 꽃샘추위 아닌가. 곧 봄꽃이 활짝 필 것을 알려 주는 마지막 추위다. 이제 남성들도 봄옷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된 셈이다.
2010년 ‘차도남’ ‘까도남’ 등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자신을 꾸미는 데 주력했던 남성들이 올봄에는 좀더 우아한 삶을 추구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퍼스트 옴므(first homme)’의 등장이다. 마에스트로 박정호 팀장은 “열정적이며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퍼스트 옴므들은 바쁜 일상 중에서도 뷰티 패션 스타일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퍼스트 옴므가 되려면 우선 유행 스타일을 파악해야 한다. 올봄에는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까.
올봄 남성들은 편해질 것 같다. 날씬한 선을 강조한 슬림핏이 장악했던 남성복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기 때문. 편안한 실루엣을 특징으로 내세운 슈트가 ‘봄신상’으로 대거 등장했다.
타운젠트 송현옥 디자인 실장은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삭막한 사회에서 옷이라도 편하게 입으려는 대중들의 심리가 반영돼 콤포트 무드(comfort mood)가 뜨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볼록한 배를 넉넉한 품으로 가려줬던 예전 스타일로 되돌아간 것은 아니다. 최근 2∼3년간 몸에 딱 달라붙을 만큼 허리선을 강조했던 것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결코 펑퍼짐하지는 않다. 이런 경향은 정장과 비즈니스 캐주얼 양쪽에서 모두 나타난다. 특히 비즈니스 캐주얼 재킷은 아예 어깨 패드를 없앤 것들도 있을 만큼 한결 부드러워졌다.
유행에 둔감한 사람들도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단추 숫자다. 올봄에는 단추가 2개 달린 투버튼이 지난겨울에 이어 여전히 인기 스타일로 꼽힌다.
남성들이 패션에 눈을 뜨면서 슈트의 색상들이 감색 검정 밤색에서 벗어나 다양해지고 있다. 로가디스 컬렉션 김나라 디자인실장은 “올봄에는 회색과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녹색, 카키색이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오렌지 하늘색 빨강 등이 악센트 색상으로 쓰여 봄의 경쾌함을 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턴은 정장의 경우 단색(솔리드)과 함께 줄무늬가, 비즈니스 캐주얼은 체크가 강세다. 소재는 더욱 고급스러워지고 있다. 고급 울소재와 함께 몸을 편안하게 감싸면서 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울실크와 캐시미어실크 등 실크혼방소재가 눈에 많이 띈다.
유행경향을 잘 안다고 해서 퍼스트 옴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패션은 실전이다. 정장에 셔츠 색상과 넥타이만 바꿔 매도 멋쟁이 소리를 들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상하의가 다른 비즈니스 캐주얼이 유행하는 요즘 옷 입기는 예전 같지 않다. 평소 정장에 익숙했던 40대들이 비즈니스 캐주얼에 도전해 멋을 내고 싶다면?
캠브리지코오롱 남성복총괄 디자인 디렉터 임성미 이사는 “불황의 반작용으로 나타났던 과도했던 컬러와 디자인은 사라지고, 뉴요커를 연상시키는 포멀(정장)과 캐주얼의 믹스&매치 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아직 정장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전체를 캐주얼로 입기보다는 적절히 섞어 입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정장용 블레이저 재킷에 줄무늬 셔츠, 니트 카디건, 캐주얼 팬츠를 같이 입고, 브라운톤의 로퍼와 가죽 서류가방을 들면 센스 있는 꽃중년으로 눈길을 끌 것이란다.
송현옥 디자인실장은 “비즈니스캐주얼 재킷을 한 벌 마련한 뒤 갖고 있는 셔츠 타이 조끼 카디건 스카프 행커치프 등을 잘 활용하면 주5일 동안 매일매일 멋있는 패션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아침에 옷을 고를 때 꼭 염두에 둬야 할 점으로 스케줄 확인을 들었다. 월요일이고 상사에게 브리핑 약속이 잡혀 있다면 정장바지에 넥타이를 매 정장에 가깝게, 금요일 업무가 끝난 뒤 나들이가 계획돼 있다면 청바지에 체크셔츠 등으로 캐주얼하게 입으라는 것. 송 실장은 “재킷을 구입할 때는 직접 입어보고 어깨선이 잘 맞는지, 가슴에서 허리선까지 곡선으로 잘 재단돼 몸매가 날씬해 보이는지 꼭 확인해보라”고 당부했다. 색상은 지나치게 캐주얼해보이면 비즈니스룩으로는 알맞지 않으므로 짙은 감색이나 갈색 등의 색상이 알맞다고 추천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