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 반도화랑, 한국 근현대미술의 재발견’ 展, 55년 전 첫 화랑 자리… 다시 뭉친 화단 어른들
입력 2011-03-04 19:24
한국 첫 상업화랑이었던 반도화랑 자리에 지난 2일 개관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갤러리는 반도화랑의 맥을 55년 만에 잇는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개관 기념으로 31일까지 열리는 ‘1956 반도화랑, 한국 근현대미술의 재발견’ 전에는 김종하(93) 백영수(89) 권옥연(88) 황용엽(80) 윤명로(75) 등 국내 화단을 대표하는 원로작가 5명의 작품이 걸렸다. 이들이 한꺼번에 모이기는 쉽지 않은 일.
박수근과 함께 1956년 반도화랑 개관전으로 2인전을 연 김종하 화백은 “반도화랑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화랑인데 그 자리에서 다시 전시를 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며 상념에 젖었다. 자연과 인간의 환상적인 조화를 구현한 김 화백은 이번에 누드 여인을 그린 ‘아침’ 등을 출품했다. 거동이 불편해 작업을 하지는 못하지만 “화가는 화가로서만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영수 화백은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이중섭 등 신사실파 동인 중 유일한 생존 작가다. 70년대 후반 프랑스로 떠나 지난 1월 영구 귀국한 뒤 처음 갖는 전시로 순수하면서도 간결한 채색의 그림 ‘창가의 모자’ 등을 내놓았다. 백 화백은 “옛 반도화랑은 화가들의 모임 장소였다. 이중섭도 오고 박수근도 오고 다들 모여 그림 얘기를 나누던 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밝혔다.
당시 반도화랑을 운영했던 고 이대원 화백의 경복고 후배라는 인연으로 전시에 참여한 권옥연 화백은 서구적 색감을 바탕으로 향토적 분위기를 풍기는 ‘달밤’과 소품 ‘소녀’ 등을 출품했으며, 그 시절 대학생이었던 황용엽 화백은 굴레에 갇혀 고뇌하는 인물을 그린 ‘어느 날’, 윤명로 화백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필선과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바람 부는 날’을 각각 내놓았다.
옛 반도화랑을 되살린다는 취지로 비컨갤러리(대표 심정택)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참여 작가 5명의 면면을 보면 실험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박수근을 낳은 국내 첫 상업화랑의 맥을 잇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롯데호텔 갤러리라는 이름도 그렇고 갤러리 입구에 들어선 아트숍 때문에 전시공간이 가려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02-759-708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