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쓴 수학교재… “와! 쿨하게 풀리네”
입력 2011-03-04 17:56
한 목회자가 고교생을 위한 EBS 수학 교재를 집필했다. 현재 EBS는 이 교재를 활용해 강의를 방송하고 있다.
EBS 기본서 ‘쿨해’의 저자 김성철(53·예수사랑선교교회) 목사는 지난 1월 ‘수학Ⅰ 상·하’를 내놓은 데 이어 ‘미적분과 통계기본’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출간할 계획이다. 김 목사는 지난해 5월 EBS 수학교재 공모에 응시했고, 경합 끝에 선택됐다. 지난 8년간 준비해 온 자신만의 수학 개념서가 드디어 열매 맺게 된 것이다.
교재 이름은 학생들이 직접 정했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한 방에 뚫어주는 쿨한 해설’ ‘하나로 열을 잡는 쿨한 문제’란 의미로 ‘쿨하다’에서 인용해 지었다.
“지금 우리 학생들은 45년 전에 나온 수학 교재를 갖고 공부해요. 그만큼 교재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학생들이 혼자서도 즐겁게 수학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책을 쓰게 됐습니다. 중간에 많이 힘들어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저에게 맡겨진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아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한 김 목사는 자신이 목회자가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신앙생활은 어렸을 때 시작했는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오랜 시간 방황했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다 실패했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내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분’이라고 단정했지요. 아예 교회를 멀리했습니다.”
그러다 김 목사는 대학 졸업 후 크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홀로 낭떠러지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간절하게 하나님을 찾았다.
“어느 날 꿈속에서 끈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겁니다. 바로 생명의 끈이었어요. 살려달라는 제 외침을 외면치 않으시고, 하나님은 끝까지 저를 잊지 않고 찾아오신 겁니다. 이틀 동안 방언으로 기도만 했습니다. 문득 마음속에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는 침신대학원에 입학해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자신의 달란트로 복음을 전하고 싶어 수학 교재도 집필했다. 조만간 저자 직강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 목사에겐 중요한 비전이 있다. “중국 베트남 일본 등에서 현지어로 이 교재를 출간하고, 수익금으로 현지를 선교하는 데 지원할 겁니다. 선교사들을 돕고, 현지 교회를 후원하고, 현지 아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