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잘렸어요” 좌충우돌 여PD…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

입력 2011-03-04 17:28


학벌도 별로, 경력도 별로. 소위 ‘스펙’이 좋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사회가 관대하지 못한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명문대의 후광은 없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지역 방송국 PD 베키(레이첼 맥애덤스)는 어느 날 느닷없이 해고당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긴축재정에 여념 없는 윗사람들에게 딱히 보여줄 만한 게 없었기 때문. 실업자가 된 그녀는 수십 장의 이력서를 돌린 끝에 간신히 삼류 프로그램의 PD로 들어간다.

겉으로 내세울 건 없어도 열정과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여주인공,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멋진 남자, 처음엔 까칠했지만 서서히 주인공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주변 인물들. ‘굿모닝 에브리원’은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칙릿 영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작가 엘라인 브로쉬 멕켄나가 이번에도 시나리오를 썼는데, 이야기 구조는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상 가능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악마는…’이 매력 있었던 건 패션매거진 업계라는 영화의 배경과 그 속 등장인물들이 놀라운 흡입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굿모닝 에브리원’의 방송국 역시 업무와 인간관계가 양립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좌충우돌하는 베키의 시행착오는 젊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고, 곳곳에 산재한 유머도 쉴 새 없이 웃음을 준다. 그러나 꽤 괜찮은 아류작이라고 해도 좋을 이 영화가 ‘악마를…’ 만큼의 매력을 지녔는지는 관객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일과 일상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던 베키는 일을 통해 한층 성장하며 주변사람들을 되돌아볼 여유를 갖게 된다. 삼류 예능프로그램의 의욕없는 스태프들이 베키와 함께 일하며 변해가는 모습도 이야기의 한 축이다.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언론인이었으나 지금은 아무데서도 불러주지 않는 앵커 역을 맡은 해리슨 포드의 연기가 일품이다. ‘노팅 힐’을 연출한 로저 미첼 감독 작품으로 15세 관람가. 17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