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데이트-권미혁 여성단체聯 상임대표] “돌봄노동자 대부분 근로기준법 보호 못받아”
입력 2011-03-04 17:28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 어떤가요? 시적이죠. 그러나 알고보면 가슴 아픈 얘기입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 권미혁(52) 상임대표는 “빵은 노동권, 장미는 생존권을 뜻하는 것으로, 아직도 노동권과 생존권을 확보하지 못한 여성들이 많은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채택한 슬로건”이라고 소개했다. 이 슬로건은 3·8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해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여연이 주최하는 제27회 한국여성대회의 주제다.
‘빵과 장미’는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노동파업현장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노동운동의 슬로건이 됐다. 우리나라에선 80년대 여성 노동운동가들이 외쳤던 구호다. 현장에서도 사라졌던 구호를 다시 꺼내 든 것에 대해 권 대표는 “당시와 별반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대 청소노동자 사례에서 보듯 여성들이 대부분인 돌봄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 대표는 생존권 문제도 80년대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가정폭력 성폭력에 희생당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적지 않고, 특히 이주여성과 장애여성들은 그 당시만큼 열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4대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3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는 “호주제 폐지로 여성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사회가 더 이상 여성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치 않은 것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이번 기념행사에 여전히 힘들게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 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워킹맘, 비혼모, 아내 폭력, 장애 여성의 모성과 건강권, 식당 여성 노동자 등의 삶을 사례 중심으로 블로그(http://38women.co.kr)에 올려놓을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권 대표가 “새로운 방식의 여성운동을 하겠다”는 취임초기 다짐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 등 다양한 소통의 플랫폼을 활용해 젊은층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활동가들도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대표를 맡은 지 2개월 됐는데, 2년이나 된 것 같아요. 일이 너무 많아 힘들지만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권 대표는 3년 임기의 여연 대표로서 꼭 할일로 여성운동의 저변 확대와 재무건전화를 꼽았다. 그는 “성뿐만 아니라 나이 학력 등으로 차별받는 일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데, 이는 남성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건물 리모델링으로 생긴 빚을 청산하고 활동가들의 활동비도 현실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대 법학과를 졸업하던 81년 섬유공장에 위장취업해 노동운동을 했던 그는 운동권에서조차 여성을 차별하는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자연스럽게 여성운동가가 됐단다. 2005년부터 6년간 여성민우회 대표로도 활동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