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집배원 안타까운 죽음…근무중 아파트 계단서 머리 다쳐 15시간 방치

입력 2011-03-04 00:46

우편물을 배달하던 집배원이 근무 중 실족해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는데도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3일 오전 7시48분 인천시 구월동 A아파트 17층 계단에서 남인천우체국 소속 집배원 김모(33)씨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동료 집배원 윤모(31)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왼손에 이 아파트 24층부터 차례로 배달할 아파트 호수를 적은 메모지를, 오른손에는 볼펜을 쥐고 있었다.

윤씨는 김씨가 아침에 출근하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겨 전날 배달구역을 역추적하던 중 A아파트 앞에서 오토바이를 발견한 데 이어 계단에 쓰러져 있는 김씨를 찾아냈다.

경찰은 전날 오후 3시쯤 계단을 내려오던 김씨가 실족해 머리를 크게 다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체국 측은 사고 당일 오후 8시가 넘도록 김씨가 복귀하지 않자 서너 차례 휴대전화로 확인 전화만 한 뒤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때문에 숨진 김씨는 15시간 동안 구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었다.

더욱이 우체국 측은 김씨가 숨진 사실을 확인한 뒤 ‘외부에 사고사실을 발설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내는 등 내부 단속에 바빠 비난을 자초했다.

임종환 물류과장은 “배송 물량이 많아 배달이 늦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직원 상가 두 곳을 챙기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쓰러진 뒤 바로 발견했으면 살릴 수도 있었다”며 “우체국이 제때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고 너무 화가 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