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 주민 31명 전원 송환 요구…北 “남한서 귀순공작” 맹비난
입력 2011-03-04 00:43
지난달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 31명 가운데 4명이 3일 귀순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북한이 전원 송환을 요구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길어질 전망이다.
북한 조선적십자회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나고 인도주의 견지에서도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를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이들 4명에게 남한이 귀순 공작을 펼쳤다고 맹비난한 대목이 눈에 띈다. 담화는 “우리 주민들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귀순 공작을 하고 회유 기만 협작으로 남조선에 떨어질 것을 강요하는 비열한 행위에 매달렸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우리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의 귀순을 남측의 공작이라고 주장하면서 남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향후 송환을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31명 전원이 귀순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적으로 귀순을 결정한 4명은 정부 합동신문 기간에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남성 2명, 여성 2명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체제 경쟁이 오래전 끝난 상황에서 자유의사에 반해 귀순 공작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동신문 기간이 예상 외로 길어지자 이를 빌미로 북측이 우리 정부가 귀순을 강요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대화 국면 조성을 위해 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울릉도로 넘어온 4명 중 3명이 남측에 남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전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미국에서는 식량지원을 고리로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고, 남한도 강경했던 기존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중동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민주화 열풍이 중국에까지 번지고 있는 만큼 북한이 내부 단속을 위해 전원 귀환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