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외국 지도자 데려다 밥사고 술사는데… 클린턴 “美 외교전쟁서 지고 있다”

입력 2011-03-03 21:41

“그들(중국)은 지도자들을 데려다 밥 사고 술 사는데(winded them and dined them), 우리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에게 중국 사례를 들며 미국 외교 활동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면서 현재 외교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물론 상원 외교위의 2012년 국무부 예산심의 청문회에서 외교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 등을 향한 중국의 외교력 확장에 대한 우려와 이를 보는 미국의 형편에 대한 우려 등이 배어 있다.

클린턴 장관은 청문회에서 냉전이 끝난 뒤 미국이 다른 국가에 대한 메시지 전파 노력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과의 경쟁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현실 정치를 똑바로 얘기해 보자. 우리는 중국과 (곳곳에서)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장관은 파푸아뉴기니, 피지 등 태평양의 소규모 국가들을 상대로 한 중국의 ‘외교 활동’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들(중국)은 피지의 독재정권도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태평양의 작은 국가 지도자들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밥과 술을 먹이고 있다”고 실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태평양 섬 국가들에 대한 미 의회의 2100만 달러 지원을 삭감한 사실도 지적했다.

그는 소규모 태평양 국가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이들 국가가 유엔에서 한 표를 행사하며, 미국을 지지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무부 예산 삭감으로 해외 국가들의 지원이 줄어들고, 이는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넌지시 암시하는 것이었다.

클린턴 장관은 “알자지라가 승리하고 있다. 중국은 영어나 여러 외국어로 방송하는 텔레비전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러시아도 영어방송 네트워크를 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줄였다”고 지적했다.

세계 주요 강국이 저마다 국익을 홍보하고 자신들의 가치를 담은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 전쟁에서 패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아랍어 트위터와 페르시아어 트위터를 갖고 있다. 우리 가치를 얘기하기 위해 아랍어를 할 수 있는 모든 젊은 외교관들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국무부 차원에서 뉴미디어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