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방적 韓·美 공조는 있을 수 없다

입력 2011-03-03 19:33

공조(共助)는 서로 돕는 것, 서로 협력하는 것이거니와 중요한 것은 ‘서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할 경우 공조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한·미 공조가 삐걱거리는 듯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적극 고려하고 있음을 연일 내비치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정부는 때가 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양국 간 간극을 해소해 긴밀한 대북 공조체제를 유지하려면 상대에 대한, 특히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배려가 요구된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의 연이은 도발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등 강경한 자세를 확고히 지지해 왔다. 그러다 현시점에서 방향을 바꾼 것은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을 더 이상 놔둬서는 안 된다는 세계전략 차원의 고려에 따라 어떻게 해서든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일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한반도 긴장 고조가 무한정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군함 폭침 외에도 민간인 밀집지역을 겨냥한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이 죽거나 다친 한국 정부로서 북한의 책임 인정 등 최소한의 해결도 없이 선뜻 식량지원에 나설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정치적 문제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라고 강조하지만 한국 처지에서 북한의 도발은 단순한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목숨이 걸린 생존의 문제다.

생존을 위협하는 도발을 없었던 일처럼 덮어두고 식량지원부터 하는 게 온당한가? 미국은 세계전략 차원에 앞서 이런 한국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아울러 식량지원을 고리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다 한들 ‘북한의 협박→양보·대화→북한의 협박…’이라는 그릇된 패턴만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명심해야 할 게 있다. 결국은 한국도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에 끌려갈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그럴 경우 한국의 대북정책은 아무도 믿지 않게 될 것이란 사실이다. ‘공조’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의도대로 대북정책이 좌우된다면 북한이 통미봉남 술책에 더욱 매달릴 게 뻔하다.